호주 시드니에 있는 불루마운틴에 오른 적이 있었다. 1,000m대의 산맥을 뒤덮은 유칼립투스나무에서 증발된
유액이 햇빛에 산란돼 빚어내는 안개현상으로 블루마운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저산을 봐라! 높이 675m, 진한 감색이 흐르지 않은가.
예부터 바위 사이로 검은빛과 푸른빛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하여 감악(紺岳), 즉 감색바위라고 하였다.
이 일대는 광활한 평야지대로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저거는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어도 /
정수리를 쿵! 하고 찧을 거 같은데... <장기하/싸구려 커피>
지긋지긋한 장마에 스트레스 엄청 받으며 투덜댔는데 이제 하느님이 제대로 보상을 하나보다. 아침부터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에 구름은 흔적도 없이 쫓겨나고 하늘이 온통 가을처럼 새파랗다. 달기새끼들 숨넘어갈 듯 헐떡이고 아스발트가 물렁거린다. 어제 시골에서 노인 분들 밭에서 일하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요즘 농촌에서 서둘러 해야 할일이 콩밭의 제초작업. 긴장마로 콩밭은 풀 반 콩 반이다.
시골 할머니들은 호미를 들고 전통방식으로 김을 매고 북을 주는데 내리쬐는 햇볕과 후끈 달아오르는 지열에 그만 쓰러지고 만다. 그래서 요즘은 농약 통을 메고 제초제를 뿌리는데 그 무게가 20kg, 한통을 뿌리는데 40분쯤 소요되니 그 일도 힘들다.
나는 어제, 그제 이틀에 걸쳐 시원한 아침과 저녁시간을 골라 온 밭의 제초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길 건너 한씨네는 비닐하우스에 고추도 많이 심었고 콩밭이 만평도 넘는다. 한씨는 70대 중반으로 오래전에 상처했고 큰아들이 나이 40이 됐는데도 아직 장가를 못 갔다. 농사일 중 큰일은 아들이 트랙터로 다하지만 자질구레한 일 마무리는 할아버지의 몫이다. 보통사람들은 밭둑에 제초제를 뿌려 풀을 죽이고 말지만 성격이 깔끔하고 점잖은 분인지라 일일이 낫으로 깨끗하게 풀을 베어낸다.
오늘아침에 우리 집 앞 2,000평의 콩밭, 할아버지가 조선족 동포 2명을 데리고 제초작업을 시작했는데 내가 밖에 나갔다가 돌아 올 때 까지도 그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6시간이 넘도록 그렇게 뙤약볕아래서 일을 하는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렇게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 농촌에서도 어려운 일은 조선족이 많이 하고 축산농가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우리 집 옆으로 5,000평과 집 뒤쪽에 있는 콩밭이 3,000평인데 그걸 언제 다 한단 말인가. 중국 만주벌판에 가면 밭이 넓고 그 끝이 지평선으로 보일만큼 길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에 도시락을 꿰차고 콩밭을 매기 시작해서 고랑 끝에 가서 점심을 먹고 되돌아오면 하루 해가 저문다는 말이 생각난다. 아들이 워낙 바쁘니 평소 식사준비도 할아버지가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늙어서도 안팍으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쓰럽다.
효도하는 길이 무엇인가. 첫째는 새어머니를 모시는 일이요. 그 일이 여의치 않으면 자식이 빨리 결혼해서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모셔야 하는데... 이래저래 노년의 인생이 불쌍하다.
이곳, 아침저녁으론 가을 날씨처럼 서늘해 창문을 닿고 자야한다. 오후 3시만 넘으면 산바람 강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일산에 볼일이 있어 내친김에 서해안 대명항(대곶)을 다녀오려 했다. 집에서 자유로 까지는 오른쪽으로 임진강을 끼고 달리며, 자유로를 달리다가 통일동산 부터는 한강을 옆에 두고 달린다. 날씨가 워낙 맑으니 임진강너머 북한지역이 훤히 보인다. 나는 운전을 잘 하지 않는다. 나보다 아내가 안전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나설 때는 서해로 가자고 하더니 일 끝나고 나니 더운데 그곳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뒤로 뺀다.
운전하기가 귀찮아서 그랬을 거다.
일산의 애니골, 가끔씩 찾던 추억의 그 집을 찾았다.
애니골 이름 유래는 풍동의 옛 지명인 애현마을에서 유래한다. 사람들이 애현마을을 애현골이라고 부르다가 데이트족이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해서 애인골이라고 부르고 다시 애니골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곳의 거리를 메운 상점의 모양새는 90년대에 비해 조금은 바뀌었다. 통기타 카페 일색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각종 음식점과 보통의 카페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백마 카페촌을 찾던 20대의 젊은이들이 이제는 가족의 손을 잡고. 또 추억을 함께 나눴던 친구들과 애니골 거리를 찾는 30~40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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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싸구려커피:장기하 싸구려커피
장기하 싸구려커피 듣기
장기하 / 싸구려 커피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엇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 않다 수 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 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 년간 세숫대야에 고여 잇는 물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뭐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히끄무르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잇는 건지 저거는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어도 정수리를 꿍하고 찧을 것 같은데
벽장 속 제습제는 벌서 꽉 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나올 줄을 몰라 언제 땃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아뿔사
담배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덩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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