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12∼13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 흰 눈이 펑펑 내리는 화이트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식전에 고샅길 눈을 쓸고, 눈이 잠깐 소강상태를 보이는 오후에는 조심조심 가야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을 걸었다. 집에 도착 후 저녁녘 눈은 다시 쏟아져 쌓였고, 나는 가래로 눈을 밀었다. 젊을 때는 성탄절(聖誕節) · 불탄일(佛誕日)을 하루 쉬는 공휴일 중의 하루로 여기며 살아왔는데... 황혼이 짙어가는 노년이 되니 축복의 의미가 절절하게 젖어 들 때가 많다. 메리크리스마스! 만백성에 하나님의 축복이 펑펑 쏟아져 내려라. 어제 크리스마스이브, 어디 선물할 데가 있어서 케이크를 사는 김에 우리부부 둘이 먹을 것을 하나 더 샀다. 우리 집에서 성탄축하촛불을 밝힌 것은 생전 처음이다. 영하10도로 떨어진 오후, 가야산으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