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세기 투자DNA 찾아라
삶은 투자의 연속이다. 살아오면서 무엇에 투자했는지가 ‘오늘의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앞으로 어디에 투자할지가 ‘미래의 당신’을 결정한다. 투자에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특히 지금은 예측이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리스크와 예측 불가능성이 만나면 투자는 최악의 난조를 겪게 된다. 이제 당신은 무엇에, 어떻게 투자해 당신의 삶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것인가.
투자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가야 한다. 원시사회에는 사냥과 물의 확보, 근대 사회에는 제품과 노동력, 자본에 투자했다. 지금은 패러다임이 또 바뀌고 있다. 근대적 가치관에 균열이 생기면서 ‘막대한 자본과 거대한 노동력’으로 승승장구해왔던 사람들은 ‘창의성’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밀려나고 있다. 또 시스템의 부속품이 되기를 거부한 개인들은 획일화된 삶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이제 우리도 달라진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변화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21세기 새로운 가치’에 투자해야 한다. 곧 주류가 될 비주류에 투자하는 것이고, 강자가 될 약자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애초에 투자란 건 미래의 성장주를 미리 발굴하는 것 아니었던가. 그것은 바로 다양성, 창의성, 비서구적 가치, 하이브리드, 예술과 영성, 교육과 인문학, 비움과 진정성 등이다.
그런데 이런 21세기의 투자 DNA가 전혀 낯설고 새로운 건 아니다. 이는 우리 인류가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다. 인간 몸속의 DNA 중 대부분은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존재할까. 자연이 또 다른 진화와 확장을 위해 준비해온 예비 DNA들이기 때문이다. 이 예비 DNA를 다시 꺼내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먼 길을 떠날 필요가 없다. 처음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 처음이란 인류가 만들어낸 거대한 문화의 보고인 ‘고전’이다.
우리는 이제껏 ‘물질’에 투자해 왔다. 부동산, 자본, 상품이 그 대상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력한 투자 대상이긴 하지만 문제는 주변 환경에 의해 그 가치가 급격히 등락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스스로 가치를 진화시키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부동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낡게 마련이며, 상품은 또 다른 ‘신상품’으로 인해 구매욕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물질에 대한 투자는 ‘시간’이라는 함수 때문에 ‘하락세의 운명’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스스로의 가치를 끊임없이 높여갈 수 있는 투자 대상이 있으니 바로 ‘사람’이다. 주변에서 어떻게 도와주고, 또 본인이 어떠한 의지를 가지고 어떠한 도전을 하느냐에 따라 ‘최악’에서도 ‘최고’로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주변의 ‘사람’을 보라
약 400년을 지속하면서 중국 역사상 가장 큰 발전을 이룬 한나라를 일으킨 사람은 유방이었다. 결과적으로만 따지자면 유방이 ‘역사의 영웅’이라고 기록되지만, 사실 유방은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낸 ‘투자의 결과’였다. 그는 마흔에 가까울 때까지 지방의 미천한 관리에 불과했다. 매일 저잣거리의 건달패들과 어울려 외상술이나 마시고 술이 취하면 아무 곳에나 벌러덩 드러누웠다. 하지만 그런 유방을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하였다. 어느 날 그가 유방에게 ‘인부들을 인솔해 함양에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 유방은 당시 인부와 인부의 인솔자들이 산적들에게 습격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펄쩍 뛰었다. 하지만 소하는 유방의 분발심을 일으키는 첫 번째 투자를 단행했다.
“언제까지나 이 시골 저잣거리에서 술이나 마시고 노름판에나 끼려고 하십니까. 힘들고 위험해도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천하로 나가십시오!”
이후 소하는 끊임없는 지원과 아낌없는 투자로 결국 유방이 항우를 꺾고 천하를 손에 쥘 수 있도록 했다. 건국 후 소하는 수많은 장군과 전략가에 앞서 가장 높은 직책과 상을 받으면서 ‘최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장기적일 수는 있어도, 부동산과 상품에 대한 투자처럼 ‘하락세의 운명’을 갖고 있지는 않다. 지금 당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을 보라. 그리고 그 사람이 이뤄낼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라.
중국 전국시대의 장사꾼 여불위는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간 진나라 왕의 아들 자초가 크게 될 인물이라고 보고 그에게 투자해 훗날 진나라 승상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처럼 동서양 고전 속에는 21세기에도 유용한 투자법이 가득하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고전 속 투자 DNA를 찾아내는 탐험을 할 것이며, 이를 창의적으로 융합, 발전시켜 지금 무엇에 어떻게 투자할지를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3>‘지키는 것’에서 시작을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이렇게 요약했다. “첫째, 돈을 잃지 마라. 둘째, 첫 번째를 절대 잊지 마라.”
많은 사람들은 투자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버핏은 투자란 역설적으로 ‘버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투자를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효율적인 방법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재발견’해서 그들과 지속적인 투자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유방의 군대가 한중(漢中)에 머물 때였다. 유방은 어느 날 승상 소하가 아침밥을 먹는 척하다가 진영을 이탈해 도망갔다는 보고를 받았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소하는 유방이 군대를 일으킬 때부터 함께해 왔던 동지이자, 지금과 같으면 국무총리의 역할을 하고 있던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소하는 한나절이 되지 않아 다시 나타났다. 잔뜩 화가 난 유방이 물었다.
“승상은 어찌하여 나를 버리고 떠나려고 했단 말인가!”
소하가 답했다.
“저는 달아난 게 아니라 달아나고 있는 한신을 잡기 위해서 그를 쫓아갔던 것입니다. 한신은 우리 진영에서 크게 쓰임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대왕에게 반드시 필요한 인재입니다. 그를 놓치고서는 결코 천하를 손에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신이 떠났다는 말을 듣고 급히 그를 쫓아간 것입니다.”
다시 유방의 진영으로 오게 된 한신은 이후 놀라운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전술로 천하를 둘러싼 유방의 패권 경쟁에서 큰 역할을 했다. 소하는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보다 지금 있는 사람을 키우고 그들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을 떠나가려는 사람이 있을 때 그를 만나 대화하고 문제를 풀며 신뢰를 주려고 노력할 수 있는가. 버핏의 말을 빌리면 최고의 사람 투자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람을 잃지 마라. 둘째, 첫 번째를 절대 잊지 마라.”
<4>‘시기’에 민감하라
수익률은 투자금에 비례한다. 투자금이 많으면 대체로 수익률도 높아지고, 투자금이 작으면 수익률도 낮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금이 많으면 리스크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이 문제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리스크에 대한 걱정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는 투자의 실질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 동일한 투자금으로 그 투자의 효과를 2배, 3배로 늘리는 방법이다. 이것을 결정하는 변수는 바로 ‘시기’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莊子)는 당장 먹을 곡식이 없을 정도로 몹시 가난했다. 딱히 생각해도 굶주림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던 터라 그는 평상시 안면이 있던 감하후에게 약간의 곡식을 빌리러 갔다. 그의 사정을 들은 감하후는 거절할 수 없어 이렇게 말했다.
“며칠 후 받을 돈이 있는데, 그때 돈을 받으면 한 300금 정도는 꿔줄 수 있을 것 같네.”
그러자 장자는 안색을 바꾸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여기 올 때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소. 뒤를 돌아보니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리에 고인 물에 있던 붕어가 나에게 ‘어디서 한 말쯤 되는 물을 가져다가 나에게 부어줄 수 없겠소?’라고 말하더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소. ‘그래, 좋다. 내가 지금 월나라로 가서 서강(西江)의 물을 길어와 너에게 부어주겠다’라고 말이오. 그랬더니 붕어가 이렇게 말했소. ‘지금 당장 저에게 있어야 할 물이 없소이다. 단지 한 말이면 되는데 그렇게 말하니 저를 찾으려거든 건어물 가게로나 오십시오’라고.”
지금 당장 곤란한 사람에게 100의 도움을 주는 것과 그리 곤란하지 않는 사람에게 500의 도움을 주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비록 도움의 양은 500이 많겠지만 지금 당장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100의 도움이 더욱 체감지수가 높다는 이야기다. 동일한 노력으로 그 실질적인 투자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곤란을 겪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사람에 대한 당신의 투자가 ‘건어물 가게에 널려 있는 붕어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기’에 민감해야 한다.
<5> ‘저평가된 인재’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른바 ‘가치 투자’의 창시자로 불린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미리 사들여 비싸졌을 때 파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의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를 사람에 대한 투자로 옮겨보면 ‘저평가되어 있는 사람에게 투자하라’, 혹은 ‘비록 능력이 없어 보이지만, 그들의 능력을 보는 진정한 안목을 키워라’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 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환공은 군사를 이끌고 고죽국을 정벌하러 떠났다. 예상보다 전쟁은 길어졌고, 그해 겨울이 되어서야 간신히 끝나게 됐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귀국하는 게 관건이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혹한을 피해 지름길을 찾다가 돌아오는 길마저 잃고 말았다. 모두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관중(管仲)이 나섰다.
“지금은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늙은 말 한 마리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갔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이 나와 위기를 모면했다. 그 다음에는 산길을 행군하다 물이 떨어져 군사들이 갈증에 시달렸다. 그러자 습붕이 말했다.
“이럴 때는 개미가 필요합니다. 흙이 한 치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아래 물이 있을 것입니다.”
군사들이 서둘러 개미집을 찾아 밑을 파보니 그의 말대로 샘물이 흐르고 있었다.
칼과 창이 거세게 부딪치고, 북소리와 피가 범벅이 되는 전쟁터에서 ‘늙은 말과 개미’는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저평가된 존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저평가된 가치가 순식간에 고평가될 수도 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인재’라고 표현하는 사람에게는 투자하기가 어렵다. 그는 이미 상당한 투자를 받고 있을 것이기에 당신의 투자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둘러보면 저평가되어 아직 ‘인재’라 불리지 못한 사람들이 분명 있다. 그들에게 투자하면 훗날 그들은 당신의 ‘진퇴양난’에 돌파구를 제시해 주는 해결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이질적인 사람에 투자를
이질적인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편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오래되고 친숙한 사람을 가까이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질적인 사람을 멀리할 경우, 환경이 바뀌고 상황이 달라졌을 때 생존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 전국시대 4군(君)’의 한 명이라 불릴 정도로 학식과 덕망이 높았던 맹상군(孟嘗君)의 집에는 무려 3000여 명의 식객(食客)이 있었다. 식객이란 ‘남의 집에 얹혀 밥이나 축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식객으로 있던 사람들의 면면이 더 놀랍다. 글 읽는 선비도 있었지만 문서 사기범, 도둑, 그리고 동물 소리를 흉내 내는 등 천한 기예를 자랑하는 이들도 있었다. 맹상군이 그런 이들을 식객으로 거느린다는 것 자체가 의아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진나라의 소왕이 맹상군을 승상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곧 그는 주변의 모함으로 죽음에 처할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나선 이들이 바로 보잘것없던 그의 식객들이었다. 도둑질을 잘하던 이는 진귀한 물건을 훔쳐 왕의 애첩에게 보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맹상군이 도망칠 수 있는 때를 알아냈다. 문서 사기 위조범은 통행증을 위조해 추격하던 군사들을 따돌렸고, 새벽이 오지 않아 마지막 성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는 동물 소리를 흉내 내는 이가 닭 울음소리를 내 문지기를 착각에 빠뜨려 성문을 열도록 만들었다. 맹상군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이질적인 사람들이 결국 천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그의 목숨을 구했던 것이다.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에서는 IT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인문학도 5000명을 채용한 적이 있다. 또 ‘구글스럽다’는 의미의 ‘구글리(Googley)’의 조건에는 ‘나와 성향이 전혀 다른 동료와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수평적이고 오픈된 근무 환경을 즐길 줄 아는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해법만 만들어낸다. 위기에서도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 맹상군이 미래를 위해 ‘이질적인 사람’에게 투자했듯, 미래 생존력을 담보하기 위해선 ‘당신과 이질적인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7>심성으로 예측하라
고레카와 긴조(1897∼1992)는 일본 주식시장의 신(神)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오직 주식 투자만으로 대기업 회장들을 제치고 일본 전체 소득세 납세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의 투자법은 지극히 평범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불황일 때 대량으로 사고 호황 직전에 팔라’는 것. 아마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그걸 누가 몰라?’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평범한 사실임에도, 고레카와 긴조는 했고 다른 이들은 못했다. 그 이유는 ‘경기에 대한 예측’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고레카와 긴조는 불황과 호황을 정확하게 예측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할 때에도 이러한 예측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성공할 것인지, 못할 것인지, 그리고 그 ‘호황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를 판별해야 한다.
기원전 68년 전한(前漢)의 선제가 차사국을 정복하기 위해 강력한 전투력으로 무장한 군대를 보냈다. 이 기세에 눌린 차사국은 싸움 한번 제대로 못하고 항복했다. 그러자 인근의 개노국은 ‘선제의 군사들이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 기습 공격을 하면 분명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즉시 군대를 급파했다. 그러자 예상대로 선제의 군대가 곤란에 빠지고 말았다. 군사들은 선제에게 구원병을 요청했지만 재상들이 거부했다. 교만한 군대가 자신의 위세를 뽐내는 것을 교병(驕兵)이라 하는데, 이러한 군대는 필히 패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선제의 군대는 크게 패하고 말았다.
‘교병은 필패’라는 말은 병사들의 심리적 정신적 상태로 그들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마음가짐에 따라서 침체를 극복하고 불황을 이겨나갈 수 있다. 그만큼 투자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장기적인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성과에 교만하지 않고 늘 겸손하게 전진해가려는 마음가짐을 갖췄다. 이는 끊임없이 높은 수익률을 성취하려는 에너지이자 고점을 향해 가는 추진력이다. 상대방이 이러한 심성을 잘 갖추고 있는지 제대로 살필 수만 있다면, 당신의 투자가 ‘필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8>시너지 효과를 노려라
투자를 함에 있어 개별 투자들도 잘되어야겠지만, 이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 하나의 거대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A와 B, 그리고 C라는 사람에 대한 개별적 투자도 성공해야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어 그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익률 증폭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손무가 지은 ‘손자병법’에서는 ‘궁녀를 전사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예화가 있다. 손무는 왕에게 “제게 사흘만 주신다면 비록 궁녀라고 하더라도 훌륭한 군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창과 칼을 잡아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관료 대신들의 잡심부름이나 하던 그들이 어떻게 단 사흘이라는 시간 안에 군대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우선 손무는 무작위로 뽑혀온 궁녀들을 이열횡대와 오열종대를 기본으로 재정비한 후, 한 번의 북소리에는 오른쪽으로 돌기, 두 번째 북소리에는 왼쪽으로 돌기, 그리고 세 번째 북소리에는 칼을 들고 싸울 기세를 취하게 했다. 물론 처음부터 궁녀들이 잘 따라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론 키득키득 웃기도 했고, “우리가 이런 걸 어떻게 해요”라며 아이 같은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손무는 단호하게 명령했고, 심지어 군령에 따라 엄격한 벌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연습을 시키자 궁녀들의 눈빛은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고, 사뭇 잘 훈련된 군대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손무가 궁녀들을 조련한 사건이 훗날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전투부대인 ‘낭자군’의 시초가 됐으니 그 의의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손무가 궁녀들에게 가르쳤던 건 전투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맞추는 방법’이었다. 산발적인 개개인의 마음을 ‘횡대와 종대, 북소리에 맞춰 돌기’라는 기본적인 시스템으로 하나로 만든 것. 각 개인에 대한 투자가 큰 수익률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개별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합쳐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통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하고, 그것을 위해 단일한 행동과 실천의 규약을 지키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공통적으로 묶어 훈련시키는 시스템까지도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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