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상대방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소통이다. 동아일보DB
우리의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부모 자식의 관계부터 친구, 부부, 동료 조직 내 관계까지…. 모든 것은 관계에서 시작되고 관계로부터 유지된다. 관계를 떠난 인간은 사회적으로 온전히 설 수 없고 자신의 정체성마저 제대로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관계의 근원에는 ‘의사소통’이 있다. 올바른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관계도 제대로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의사소통에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중국 후한 말기에 모융이라는 학자가 있었는데, 불교학에 아주 능통했다. 그는 주변의 유학자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불교학이 아니라 유학의 예를 들어 이야기를 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불교학자들은 모융을 비판했다. 불교학에 자부심이 없기 때문에 유학자들과 늘 유학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는 이유였다. 어느 날 모융은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옛날 노나라에 공명의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가 하루는 소를 향해 거문고를 켜줬지만 소는 미동도 하지 않고 풀만 뜯어 먹었다. 공명의가 다시 모기 소리와 송아지의 울음소리를 흉내 냈다. 그러자 소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 귀에 귀를 쫑긋 세우며 관심을 기울였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소에게는 소에게 맞는 소리를 들려줘야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내가 유학자들에게 불경이 아닌 유학자들의 책을 예로 드는 건 바로 이런 이유다.”
우리는 모두 주변과의 원활한 관계를 지향한다. 최고경영자는 직원과, 상사는 부하와, 리더는 팔로어와 올바른 관계 형성을 원한다. 하지만 문제는 관계에 대한 바람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그 바람을 이뤄낼 수 있는 소통의 기술에 대해서는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소통의 핵심은 자신의 수준에서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다. 모융이 유학자들과 이야기할 때 자신의 전문 분야인 불교가 아닌 유학의 예를 든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다. 소통은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소통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
지난 일요일, 작은손자 河斌의 돌잔치에 다녀왔다.
3개월 만의 만남인데 큰놈이나 작은 놈이나 참 많이 컸다.
작은 녀석, 혼자서 뒤집지도 앉혀놓으면 중심을 잡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앉아서 두발을 모아 엉덩이를 끌어당기는 엉덩걸음으로 두 팔을 휘저으며 집안 곳곳을 잘도 돌아다닌다.
벌써 밥은 많이 먹지만 다른 애들은 일찍 된다는데 이 녀석은 아직도 엎드려서 배로 밀고 가는 것도, 무릎으로 기어가는 것도 못하고 오로지 엉덩걸음을 신나게 할 뿐이다. 아직 엄마 아빠소리도 못하고 의사표시는 우는 것과 “어!. 어!”라는 단음절이 전부다.
우리 집 애들이 좀 늦되는 편이지만 고미숙은 ’몸과 우주’에서 대기만성을 말한다.
『3세에서 10세까지의 소아는 그 성품이나 기질을 보면 수명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식견과 지혜가 뛰어나면 장수하기 어렵다. 일찍 앉거나 일찍 걷거나, 치아가 일찍 나거나, 말을 일찍 하는 것은 모두 성품이 나쁘니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동의보감’의 소아문(小兒門)에 나오는 내용이다. 요컨대 뭔가를 빨리 터득한다면 성품이나 기질, 수명 등에서 아주 불리하다는 것이다.』 라 말한다.
따라서 나는 크게 될 놈, 대기만성을 기대하며 크게 괘념치 않는다.
이 녀석 전부터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서럽게 막 울어대는 통에 안아 주지도 곁에 가지를 못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나를 피하고 제 형이나 할머니하고만 잘 노는 것, 아마도 주변에서 처음 접해보는 생소한 흰머리 때문으로 생각된다.
다음날 제 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무슨 얘기를 하려는 듯 ‘어! 어!’ 하길래 내가 다가가서 같은 억양과 톤으로 같이 ‘어! 어!’라고 박자를 맞추며 관심을 표시했더니 이게 웬일, 신기하게도 무서워하지 않고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어! 어!’ 하며 친밀감을 보인다. 그 순간부터 손자와의 소통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 소통이란 내가 아닌 상대방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
애들에게는 눈높이를 맞춰 그들의 언어로, 바람은 바람의 말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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