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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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별이 지는 저 산 넘어 내 그리 쉬어 가리라

백수.白水 2012. 10. 6. 21:25

시월은 가을 중에서도 수확의 달입니다.

뿌렸으면 뿌린 대로... 콩을 심었으니 콩을 거두고 팥을 심었으니 팥을 거두는 겁니다.

잘됐던 잘못됐던 결과는 모두하늘의 뜻이지만

어찌됐든 씨를 뿌린 사람은, 뿌렸으니 거두어야합니다.

 

 

강가라서 그런지 매일 새벽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안개 낀 날은 반드시 화창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루해가 왜 이리도 짧은지요?

10시쯤이 돼야 해가 나는데 오후 6시면 해가 집니다.

이 지역은 보통1020일경이면 서리가 내린다하는데

대부분의 작물을 서리 맞기 전에 거둬야하고

해가 떠있는 동안에 말려야하니 농민들의 일손이 매우 바쁩니다.

 

겨우내 TV를 볼 때 따끈따끈한 방바닥에서 등을 지지며 간식으로 먹을 땅콩.

일부는 미리 캐 가마솥에 삶아서 말려놓았다가 추석 때 아들 편에 한 자루를 내려 보냈고,

이틀에 걸쳐서 나머지를 캤습니다.

땅콩을 캐고 삶고 말리는 일에 여간 잔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닙니다.

뽑아낸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땅콩을 한 알씩 일일이 따는 일도,

땅속을 파헤치며 나머지를 줍는 일도, 그리고 삶아내고 말리는 일 모두 여간 번거롭지 않지요.

집에 두고 먹을 것 한 자루는 족히 갈무리했으니 눈 내릴 겨울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지요.

 

자식들이 먹을 고구마도 미리 캐뒀다가 내려 보냈고, 오늘 나머지를 모두 캤습니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아내, 일찍 먹을 것과 보관할 것을 구분하느라 분주한데

겨울을 나고 내년까지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며 흡족해 합니다.

나중에 튀겨먹을 애고추를 밀가루에 버무려 쪄서 말리고, 고춧잎도 쪄서 말립니다.

 

계속 녹두와 돔부를 따야하고 앞으로 들깨, , 밤콩, 쥐눈이콩, 노란콩, 서리태 순으로

수확을 한 후, 김장을 하고, 고추장을 담그면 11월 중순경에 한해농사가 마무리됩니다.

그러고 나면 내년4월 중순까지 5개월 동안 푹 휴식을 취하게 되지요.

오늘하루 힘들어도 긴 휴식이 기다리고 있으니 견뎌낼 수 있습니다.

 

오늘오후 홍어 애를 삶았다는 전갈이 와서 산촌마을에서 한잔하고 오는 길.

임진강너머 서산을 넘는 붉은 해가 왜 그리도 황홀하던지요.

강둑에 차를 세우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강지민의 노래귀거래사'를 떠올렸습니다.

하루해가 저무는 이순간, 하늘아래 땅이 있고,

그위에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내가 이리서서 황홀경에 빠졌노라고..

 

-- -래 땅-이 있고

그 위에 내가 있으니

---들 이-내 몸 둘 곳이야 없으리.

하루 -해가- 저문-다고 울 터이냐

그리도 내가 작더냐.

-- -는 저 산 넘어 내 그리 쉬어 가리라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 주렴아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싫어 떠나가련다.

 

---고 달---고 그 아래 내가 숨쉬니

---들 이내 몸 갈 곳이야 없으리.

작은-것을-사랑-하며 살-터이다 친구를 사랑하리라

-- -는 저 들녘에 내 님을 그려보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 주렴아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실어 떠나가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 주렴아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실어 떠나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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