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무렵 <정양>
은행나무 줄줄이 서서
노랗게 눈부신 길로
늙은 내외가 걸어갑니다.
길바닥에 깔리는 노란 잎새 사이
드문드문 떨어진 누런 열매를
발길 멈추며 줍기도 합니다.
아직 잎새가 푸른 은행나무도
드문드문 서있습니다.
떨어질 열매도 없는 아직도
푸른잎 무성한 은행나무 밑에서
은행나무도 수컷은 철이 늦게 드나보다고
할머니가 혼잣말처럼 두런거립니다.
철들면 그때부터는 볼 장 다보는 거라고
못 들은척하는 할아버지대신
가을바람이 은행나무 푸른 잎새를
가만가만 흔들며 지나갑니다.
아침기온이 영하2도까지 뚝 떨어지고 무서리가 내렸습니다. 골목길은행나무 화려한 황금빛잎사귀들이 찬바람에 떨어져 내립니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습니다. 암나무는 수나무의 꽃가루를 받아서 수정을 해야 열매를 맺는데, 수꽃은 4∼5월에 피고 머리와 꽁지를 가진 정충이라고 불리는 꽃가루를 날립니다
. 그러나 꽃가루받이는 실제로 9월에야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한울타리에 서있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 철없는 수나무는 여전히 노란단풍을 자랑하지만, 암나무는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린 채 앙상한 가지에 열매를 매달고 있습니다. 그 한세월 자식을 키워내느라 기진(氣盡)한 탓이겠지요.
수컷은 철이 늦게 드나 봅니다. 철들면 그때부터는 볼 장 다 보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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