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 고은
가을은 올 시간보다 가버린 시간이 더 크다. 아가 아가 이 탐진치의 나 또한 옛날 옛적에는 신생아의 잠 배내웃음 사뭇 웃었더니라. 이뻤더니라. *. 탐진치(貪瞋癡): 탐욕(貪慾)과 진에(瞋恚)와 우치(愚癡), 곧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 이 세 가지 번뇌는 열반에 이르는 데 장애가 되므로 삼독(三毒)이라 함.
상강과 입동사이. 늦가을과 초겨울의 경계.
영하 4도로 기온이 뚝 떨어진 아침, 하얗게 서리 내리고 살얼음이 얼었다.
밤샘 추위로 하얗게 질려버린 달은 서산으로 기울고,
해 뜨는 동쪽하늘로 기러기 떼지어날아 간다.
깜짝할 새 수컷은행나무 도도한 노란단풍도 속절없이 떨어져 내렸다.
손도 시리고 마음도 시린 세월과 계절.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해야 할일이 많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추운 겨울을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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