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리스크를 감당할 때 머리로 상황을 재지마라.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은혜와 의리로 되돌아올 수 있다.
타인의 리스크(위험 요소)를 먼저 감당해주면 ‘은혜와 의리’로 되돌아와 당신의 리스크를 감당해준다. 하지만 리스크 감당의 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저 형식적으로 도움을 줄 것인가, 아니면 진심으로 타인의 어려움을 배려해 그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도와줄 것인가. 또 상대가 필요로 하는 ‘최소치’만 감당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기할 수 있을 정도의 ‘최대치’까지 감당할 것인가.
‘사기’의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순우곤은 워낙 익살스럽고 말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초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위나라로 쳐들어가자 위나라 왕이 그를 불렀다. “황금 100근과 수레 10대를 내어줄 테니 지금 조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청해 달라.” 물끄러미 예물을 바라보던 순우곤이 웃음을 터뜨렸다. 왕이 “예물이 적어서 웃느냐”고 물었다. 순우곤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본심을 털어놓았다.
“이곳에 오기 전 풍년을 기원하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을 놓고 이렇게 빌고 있었습니다. ‘높은 밭에서는 바구니에 가득, 밭에서는 수레에 가득, 오곡이여! 풍성하게 익어서 집안에 가득 넘치게 해주십시오’라고 하더군요. 고작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을 올리고 지나치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닌가 싶어서 웃었습니다.”
이에 왕은 원래보다 10배 많은 예물을 다시 준비해 순우곤 앞에 내놓았다. 그가 예물을 가지고 조나라에 당도하자 조나라 왕은 10만 군사와 1000개의 수레를 내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초나라는 위나라를 공격하지 못한 채 군사를 돌려 돌아갔다.
타인의 리스크를 감당하겠다는 마음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투자 없이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마음에 걸맞은 외형과 규모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먼저 나서서 타인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진심을 다하지 못하면 ‘겉치레로 때우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타인의 리스크에 투자하려면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 동아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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