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겨울나기.

백수.白水 2013. 1. 7. 21:24

12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장장 4개월간의 농한기.

개구리나 뱀, 다람쥐, 너구리, 오소리, , 잉어, 붕어 등 여러 동물은 冬眠을 하거나 휴면상태로 겨울은 나지만 요즘시골농민들은 놀고 먹는 일에 여념이 없다.

    

이런 농촌에서 가장 잘 지어진 건물은 마을회관.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름으로 따뜻하게 방을 덥혀놓으면 아침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모여든다. 그러면 노인회 부녀회원들이 두 사람씩 조를 이뤄 교대로 매일 점심을 준비한다. 식사당번은 12/153/15일 까지 이미 지정이 되어있다. 식사를 끝내고 저녁7시쯤 저녁식사를 위해 흩어질 때까지 화투도 치고 장기와 바둑을 두며 놀아 재낀다. 더 놀고 싶은 사람은 저녁을 먹고 나가서 또 놀고.

 

저마다 남다른 사정과 아픈 사연을 안고 각박한 도회지의 길바닥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망가져가는 노숙자들!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야 어렵겠지만 이런 시골농촌에 마을회관 정도의 쉼터를 지어 공동생활을 하도록 하고, 근력(筋力)이 있는 사람은 품삯을 받으며 농사일을 돕도록 한다면 최소한 배는 곯지 않을 텐데... 의지가 강한 사람은 재활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홀로 방치되어 추위에 떨다가 고독사하는 도시의 독거노인들!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것은 꿈같은 일이고 이러한 쉼터에서 같이 모여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정을 나눌 수 있을 텐데.. 현재 독거노인들에게 개인별로 지원되는 기초생활수급비예산만으로도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질 것인데..

 

아무튼 새 대통령! 복지예산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노후화된 수도관처럼 어떤 곳은 막히고 다른 쪽에서는 줄줄이 예산이 새지 않도록 그리고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촘촘하게 설계하고 관리해주길 바랄뿐이다.

 

요즘 시골에선 팔십 노인네들도 거의 다 염색을 하고 다니니 생머리로 용감하게 동네를 활보하는 내 머리가 제일 하얗긴 한데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어려 자격미달인데도 자꾸 회관에 나오라고 성화다. 그러나 나는 나중에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나가지 않을 생각이다. 살아오면서 모처럼 향유하는 새털같이 널널한 시간, 방해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이만한 즐거움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남편은 노인회원이지만 나이차가 많아 부인의 나이가 육십이 안 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여자들은 회관에 나가지 않고 끼리끼리 모여서 노는데 우리 집사람도 그 축에 끼여 매일 댓 명이서 어울려 다닌다. 9시 넘어 늦은 아침을 먹고 출근하기에 바쁘다.

 

그 팀은 부부동반으로 자주 만나게 되고, 만나면 시끌벅적 겁나게 먹어대는데 그래서 그런지 여자들 얼굴이 모두 달덩이 같다. 살찌고 배나오면 만병이 싹튼다고 내가 타박을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잘 먹어야 농사철에 뼈 빠지게 일할 수 있다고 오히려 큰 소리친다.

 

무덤 속의 주인공은 누굴까?

춥겠다. 죽으면 묘를 쓰지 말라고 했다.

사방이 눈밭, 발이 시린 참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쉰다.

얼음판을 건너면 지척, 눈 속에 파묻힌 파주 장좌리마을. 그 옛날

이쪽은 고구려 저쪽은 신라. 고구려와 나당연합군이 피터지게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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