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은주는 곤두박질.
-23도에 내리 꽂혔다.
세상은 하얗게 얼어붙고 콧속이 쩍쩍 달라붙는다.
맨 손등은 갈라질듯 시리고 아리다.
붉은 해 떠올라 땅김을 올리니 그제사 조간신문이 배달된다.
이런 겨울에 냉장고가 무슨 소용인가.
마당의 고무통이 냉동고요, 현관문간(門間)이 냉장고다.
만두와 찹쌀떡 만들어 얼려두고 겨우내 파먹기 좋은 계절.
찹쌀떡(모찌)을 만든다고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들었다.
이한겨울! 내 몸엔 붉은 피 돌고
북풍한설(北風寒雪) 동토(凍土)에도 혈맥(血脈)은 흐르니
천지간(天地間) 모든 목숨이 숨 쉬며 생명을 부지한다.
산다는 것은 순환이다.
얼어붙어 멈추면 막히고 막히면 죽는다.
오로지 흘러야만 사느니라.
임진강설빙(雪氷)아래로 흐르는 물에 물고기 떼 지어 논다.
땅속 깊은 곳 상하수도관 실핏줄로 흐르니
위(上水)에서 흘러든 맑은 물이 심장을 덥히고
오폐수는 아래(下水)로 빠져나간다.
한줄기동선(銅線)따라 흐르는 전기가 어둠을 밝히고,
석유는 얼지 않아 보일러를 태운다.
송수화기 넘나드는 정겨운 말에 너와 내가 通하지 않더냐.
지난번 수도꼭지를 틀어놓지 않아 온수관이 얼었다.
헤어드라이기로 한 시간을 녹였더니 펑 뚫렸다.
너와 나. 그래서 우리!
얼면 녹이고 막히면 뚫어 그리운 情 흘려보내자.
이한세상 다하도록 그리 통하며 살자.
얼어붙은 차창 햇볕에 녹으며 하얗게 김이 오른다.
밖에 내놓고 뚜껑을 닫으면 꽁꽁어는 냉동고
찹쌀떡. 비닐봉지를 묶어서 얼려야 덥혀도 터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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