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를 한자로 추어(鰍魚)라 한다. 추(鰍)는 <가을 秋>와 <고기 魚>가 결합된 글자로 ‘가을의 물고기’가 바로 미꾸라지인 셈이다. 추어탕은 사철음식인데 특히나 더위에 지쳐 늘어진 사람들의 원기를 북돋워주는 보양식으로 선선한 초가을부터 제 맛이 난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개울에 나가 ‘싸리삼태기’를 대놓고 고기를 몰아 걷어 올리거나, 물통으로 둠벙을 퍼서 미꾸라지를 잡았고, 때로는 찬바람이 부는 가을날 고래실 벼논의 도구를 쳐가며 진흙속의 미꾸라지를 잡기도 했다.
한동안 벼논에 농약을 많이 치는 바람에 물고기나 우렁이의 씨가 말랐었지만, 지금은 농약살포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자연생태환경이 많이 복원되어 황새나 왜가리 같은 새가 논에 많이 날아들고 고기도 제법 잡힌다.
미꾸라지의 효능
미꾸라지는 보양식 또는 강장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예전부터 여름철 더위와 일에 지친 농촌 사람들에게 요긴한 동물성 단백질 급원이었으며 무기질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단백질 중 필수아미노산이 반 정도 되고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 아주 중요한 라이신이 풍부하다. 또 타우린이 들어 있어 간장을 보호하고 혈압을 내리며 시력을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고 한다. 미꾸라지에 들어 있는 지방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밝혀졌다.
특히 DHA와 EPA 등 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병에 효과가 큰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또 뼈째 먹는 경우가 많아서 골격과 치아를 구성하는 성분인 칼슘의 섭취원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비타민 중에는 비타민 A의 함량이 많은데 항암 작용도 있고,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하여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본초강목』에서도 “양기(陽氣)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하며, 초롱의 등심(燈心)에 익힌 것(煮(사))이 제일 맛있고, 양사(陽事)에 좋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력제로 애용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논에 농약을 많이 치므로 자연산 미꾸라지는 거의 전멸하였고 양식하여 쓰는데 수요가 부족하여 중국에서 수입해 오기도 한다. <출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에서>
들판의 벼는 하루가 다르게 누렇게 익으며 고개를 숙인다.
논바닥에 비닐과 플라스틱 재질의 어항을 놓았다.
식용유를 넣어 반죽한 밀가루덩이에, 멸치를 집어넣어 떡밥을 만들고, 이를 어항에 집어넣었다.
한 번 더 걷으면 내일 점심에 이웃집 이사장과 둘이 먹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다다익선, 나는 갈아 넣은 추어탕, 통추어탕, 숙회, 튀김 어느 것이든 없어서 못 먹는다.
[황교익의 味食生活] 미꾸리와 미꾸라지 구별하십니까?
왼쪽이 미꾸리고, 오른쪽이 미꾸라지다. 미꾸리의 색깔이 좀 더 진한데 모든 개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미꾸리의 몸통은 둥그스름하고 미꾸라지의 몸통은 세로로 납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새 가을이니, 추어탕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추어탕은 지역마다 끓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추어탕집은 제각각 서울식, 전라도식, 경상도식, 강원도식으로 낸다고 하지만 손님 입장에선 그 맛에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없다. 전라도식이라 하면서 초피 대신 산초를 내놓는 집이 있고, 경상도식이라면서 방아를 알지 못하는 집이 있다. 대한민국이 좁다 보니 추어탕 조리법이 서로 뒤섞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 식당 주인이나 주방 인력이 간판에 적힌 지명의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면, 참 순진한 것이다.
그런데 이 ‘대한민국표 추어탕’을 앞에 두고 애향심이 발동, 설전이 벌어지는 것을 가끔 목격하게 된다. 처음엔 대체로 자신의 고향에서는 어떤 식으로 추어탕을 끓이느냐로 시작한다. 된장을 넣네 고추장을 넣네 하다가, 초피가 맞네 산초가 맞네 제피가 맞네 한바탕 소란이 인다(맵고 얼얼한 맛이 나는 것은 초피다. 산초는 매운맛 없이 약간의 향기만 있다). 여기까지는 일행 중에 상식 넓은 이가 적당히 승부를 가려줘 별 탈이 없을 수 있다. 그 다음 단계, 추어탕의 주재료인 민물고기로 넘어가면 혼돈은 극에 달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미꾸리라 했고 그게 표준어다. 사전에도 그리 돼 있다”라고 말할 즈음 스마트폰이 동원될 것이다. “검색하니까 미꾸라지가 사전에 올라 있다. 미꾸리가 사투리인 모양이다.” 그러나 인터넷이란 게 ‘이설’을 워낙 많이 담고 있어 정답을 딱 찍어 말해주지 않는다. 하여, 우리가 먹은 민물고기의 정체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하고 설전은 막을 내린다.
정답은 이렇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사투리와 표준말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민물고기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둘 다 잉어목 기름종개과로 분류된다. 일반인이 이 둘을 육안으로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종이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생태적으로 비슷하다. 입가에 조그만 수염이 달려 있고 비늘 없이 미끌미끌하며, 물 위로 입을 내밀어 내장호흡을 하고 가물거나 겨울이면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모양에서 조금 다른데, 몸통이 약간 둥근 것이 미꾸리고 세로로 납작한 것이 미꾸라지다. 그래서 미꾸리는 별칭으로 둥글이, 미꾸라지는 납작이 또는 넙죽이라 부른다.
우리 땅에서는 오래전부터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함께 살았다. 한 개울에서 잡아도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섞여 나왔다. 그러나 잡히는 개체수는 달랐다. 미꾸리가 더 많았다. 미꾸리는 미꾸라지보다 생명력이 강해 생태적 우종으로 번성했다. 맛에서도 미꾸리가 우위에 있었다. 미꾸라지보다 구수한 맛이 더 있어 어른들은 예부터 미꾸리를 토종 대접했다.
그런데 요즘 추어탕집에서 쓰는 것은 미꾸라지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미꾸라지가 미꾸리보다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미꾸리든 미꾸라지든 추어탕감으로 쓰려면 15cm 정도는 돼야 하는데, 치어를 받아와 이 크기에 이르기까지 기르려면 미꾸라지는 1년, 미꾸리는 2년을 넘겨야 한다. 그러니 양식업체는 미꾸라지를 선호하게 되고, 추어탕집에서는 이 미꾸라지로 탕을 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추어탕 맛이 예전과 다르다고 불평하는 까닭은 바로 이 재료의 변화에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사진까지 올렸으니, 이제 추어탕집이면 으레 있는 수족관에서 이 민물고기를 관찰해볼 차례다. 구별이 가능할까.
국내의 많은 추어탕용 민물고기가 중국에서 치어로 수입돼 양식된다. 요즘 수족관에서 만나는 이 추어탕용 민물고기의 때깔은 참으로 다양하다. 무지개색이 나는 것도 있고 어린아이 팔뚝만 한 것도 있다. 그러고 보면 미꾸리, 미꾸라지 논쟁은 하릴없는 일이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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