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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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국내여행. 산행

시골사람 서울여행.

백수.白水 2011. 5. 14. 22:08

 

아래 글은 2010. 11.9일에 개혀? 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강 건너 백학마을에 사시는 임사장님.

충남부여태생으로 서울에서 건축업을 하시다가 나이 들어 은퇴하고 닭과 염소를 기르며 농사도 짓지요.

자녀 셋 중에 마흔이 다된 딸과 아들을 결혼을 못시켰다고 만나기만하면 중신 좀 하라 시고,

아주머니는 젊은 시절 자기 구박한 거 사과하라며 티격태격 자주 부딪히며 사는 모습이 재미있지요.

하루는 제가 놀러가서 박근혜의원이 여자국회의원들과 식사자리에서 했다는 유모어를 들려줬습니다.

캬바레에서 충청도 사람들이 여자한테 춤추자고 손 내밀 때

가장 짧게 할 수있는 말이 뭐냐하면『출껴?』라고

그랬더니 자기 고향에서는 개고기 먹으러 가자고자 할 때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묻데요.

개먹을 껴? 아니냐고 했더니 아니래요. 개 혀? 라고 한다네요.

끝을 올리면 개고기 먹을 줄 아느냐고 묻는 말이고

끝을 길고 평평하게 끌고 가다 내리면 개고기 먹으러 가자는 말이 되는 거예요.

저도 말해보니 참 편하네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세상을 한 바퀴 돌아 이미 철이 지난 이야기더라고요.

그 분들과 한 달에 한 두 차례만나서 식사를 하는데 요즘은 좀 바빠서 뜸했지요.

그런데 어제 저녁에 오랜만에 전화가 왔더라구요.

그 동안 지난 얘기도 하시며 특히 서울 망원동에 두고 온 집의 재건축 때문에 열 받는 일이 많은데...

하소연을 한참 하시기에 조용히 잘 들어주고 있었지요.

그런데 내 핸드폰 밧테리가 충전은 빵빵한데, 전원이 스르르 나가 버리는 겁니다.

아무리 다시 시도해도 연결이 안되더라구요.

괜히 중간에 지루하다고 오해받게 생겼잖아요.

모든 전화번호를 따로 적어놓지 않고 핸드폰에 입력을 해놨거든요.

이러다 보니 내 머리로 기억할 수 있는 전화번호는 몇 개 되지 않죠.

집 전화번호를 114에 물어보니 그분 명의로 등록이 안돼있다하고...

차 끌고 집으로 찾아갈 수도 없고 밤새 속앓이만 했지요.

공짜폰 한 2년 쓰다 보니 몇 달 전에도 이런 현상 때문에 서비스센터 다녀왔는데,

번호이동하면 여러 곳에 등록된 번호 전부 바꾸는 작업도 귀찮고..


정보화시대에 기기가 고장 나거나 전기가 나가면 세상이 마비되겠다는걸 실감했지요.

농협 전산본부 해킹 때문에 난리가 났었잖아요.

전화번호도 핸드폰 말고 따로 백업을 해놔야 되겠더라고요.

우리 집은 저와 아내의 핸드폰, 집 전화, 인터넷회선, 인터넷전화 등 복잡한데

이미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사람의 능력은 퇴화시키고 말았으니....


요즘은 새벽 5시면 눈을 뜹니다.

이웃집 농장에 가서 닭과 오리먹이로 쓸 짭밥(잔반) 2통 퍼오고,

먹이와 물 챙겨주고, 비닐하우스 안에 물을 뿌려주고,

며칠 전 봄비에 풀이 무릎까지 자라 올라서 제초제를 질통으로 3통을 뿌려주고....

이렇게 식전에 3시간 정도 일을 하면 하루 일을 거의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나서 오늘은 모처럼 서울 여행을 했습니다.

가급적 서울 나가는 일을 삼가 하다 보니 이제 많이 낯선 곳이 되어버렸고

한 번씩 나들이 하는 게 여행이라고 부를 정도가 되었지요.

막히고 거리낄 것 없이 내 맘대로 여유를 즐기며 살다가 자유로를 타고 서울경계선만 넘으면

그 때부터 이상하게도 차가 막히기 시작합니다.

휴일 날이 특히 더 한데 그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고향 친구 딸 결혼식이 국방회관에서 있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주차공간이 넓고

뷔페식당의 음식 지금까지 먹어 본 중에 최고입니다.

호텔음식보다도 맛있다고 친구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데 앞으로 자녀혼사 앞두신 분들 참고하세요. 


나간 김에 왕년에 내가 놀던 바닥, 용산전자랜드에 가서 핸드폰 서비스 맡겼더니

수리불능이라며 저장된 전화번호만 프린터로 출력해놓고 모든 자료 다 날려 버렸더라고요.

고치려면 안에 부품 다 갈아야 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하데요.

하는 수 없이 십 수 년 써오던 011번호를 010으로 번호이동 해버렸습니다.

내가 아끼는 치과번호 2875는 그대로 살려두고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공짜폰으로...

 

이 나이에 눈도 침침해지고 많은 정보를 빨리 끌어올 필요도 없고

소통도 블로그에서 이런 정도로 하면 되는 거고

모바일도 통화와 문자보내기만 할뿐 그 기능을 다 활용하지 못하는데

감히 스마트폰은 너무 벅차서 사양했고요.


서울 한강공원에, 길에, 예식장에 사람 참 많습디다.

오후 5시 넘어서 들어왔습니다.

오후만 되면 이곳은 강바람과 산바람이 매우 거세게 부는데

지금은 바람도 잠자리에 들었고 남쪽하늘에 달빛만 고요하고

소쩍새의 슬픈 울음에 가끔씩 개들이 짖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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