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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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白水 2011. 5. 15. 09:17

  어떤 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잘 쓰려는 생각을 버리고 진실하게 쓰려고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고전유머] 가족이 격렬하게 반대해서 너와의 결혼은 성사되기 힘들 것 같아. 그놈이 말했다.

그녀가 발끈해서 물었다. 누가 반대하는 거야. 엄마야 아빠야.

그놈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누라지 누구겠어.

 

 

오늘은 어버이날. 우리도 손자나 손녀가 있었으면 좋겠다. 큰아들 내외야, 이거 보이냐.

 

 

기자들은 내가 사회적 병폐나 비리 따위를 지적하면 곧잘 일침을 가했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내가 세상을 향해 아무리 일침을 가해도, 기사 밑에 천하 찌질이들의 악플만 난무할 뿐,

병든 세상은 전혀 차도가 없다. 아무래도 나는 돌팔이인가보다.


남이 쓴 글의 행간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가 쓴 글에도 행간이 없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트집을 잡는 일이나 욕설을 남발하는 일로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단세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이 자기가 쿨한 줄 알고 있다.

 

 

새들이 아무리 일찍 일어나 깃털 빠지게 하늘을 날아 다녀도

벌레들이 땅 속에서 천연덕스럽게 늦잠을 자고 있으면 말짱 꽝입니다.

부지런도 때가 있다는 뜻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오로지 재산이라고는 몰상식밖에 없는 위인들을 마주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바다에는 고래만 살라는 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럴 때는, 당신이 고래인데 바다를 유영하다 크릴새우나 플랑크톤을 만났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삼라만상을 통틀어 쓸모 없는 존재는 아무 것도 없다. 모든 존재는 쓸모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그대를 멋지게 만들어 주기를 바라지 말고 그대가 세상을 멋지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순간,

누구나가 세상의 잠재력으로 승격된다.


봄비 내렸다. 꽃필 나이는 아니지만 내 이마의 주름살 연두빛으로 물 들었다.

살다 보면 환갑을 훨씬 지나서 봄이 올 때도 있는 거구나.


어린이날이 지나갔다고 온 세상 어린이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는 연락 한번 없다가 아쉬운 일이 있을 때만 아는 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모든 친분이 일회용이지요. 그것이 바로 그 분들에게 애인이 없는 이유입니다.

생긴다 하더라도 오래 가지는 못하지요. 하지만 대개 본인들은 모릅니다.


'멋이 있다'라는 말은 '무엇이 있다' 라는 말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 무엇, 말이나 글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매력과 운치와 격조를 갖춘 그 무엇.

 

할아범의 날이 왜 없느냐고 탄식했더니 어버이의 날도 있고 노인의 날도 있다고 가르쳐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하지만 어버이의 날이나 노인의 날은 공휴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선물을 챙겨 주거나 먹을 거 싸들고 나들이를 가 주지도 않잖아요.


내일은 어린이날.

해마다 어린이날이 오면 내가 이제는 어린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억울함을 금치 못하겠다니까.

내가 어린이였을 때는 가난에 찌들어 어린이날 따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어.

이 동방예의지국은 왜 할아범의 날 따위를 안 만드는 것일까. 쩝.

 

가정의 달 5월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 날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물론 날마다 따뜻해질 수 있다면야 더 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한여름에도 세상은 추울 때가 많습니다. 조카의 날이 있는 건 어떨까요.


선인들은 윷이라는 글자가 사람이 우주를 떠받들고 있는 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방진으로 윷놀이를 만들어 중심에 집결하면

우주의 참주인이자 승리자가 되는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업혀가기나 잡아먹기는 의타심과 호전성을 위해 일본이 조작한 거랍니다.

 

 

[고전유머] 마누라가 처제의 일기장 한 페이지를 보여 주었다.

나를 처음 만나던 날의 일기가 적힌 페이지였다.

거기에는 딱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우리 언니가 드디어 미쳤다'


손바닥을 펴면 내 인생 얼기설기 강줄기 같은 손금.

손금마다 연두빛 물오른다. 자욱한 빗소리도 들린다.

그대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느냐. 불현듯 엽서를 보내고 싶은 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