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때쯤이면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고 구름만 지나도 비가 온다는 말인데...
어인일인지 매번 비가 올 것처럼 폼을 잡았다가
쥐가 오줌 싸듯 찌익 한 줄기 뿌리고 지나가버린다.
한 열흘 전쯤에는 비가 좀 뿌린다고 들깨모를 낸 집들이 있었는데
초여름가뭄 탓에 다 말라죽고 말았다.
내 기록을 보니 2012년엔 6.30일, 2013년에는 7.2일에 들깨모를 냈다.
하지 무렵까지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아 하는 수 없이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에 들깨를 심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곳 촌로들의 말에 따르면 하지가 지나야 땅속에서 수분이 위로 올라온다고 한다.
따라서 들깨모는 하지가 지나고서 내야 안전하지만
파종시기를 제대로 못 맞춘 탓에 웃자라버려
모를 버릴 판이라서 어쩔 수없이 심었더니 타죽었다고...
이제 하지가 되었으니 비가 제대로 내리면 득달같이 나가서 들깨모를 내야한다.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말라죽기 때문에 캐먹을 때가 되었다는 말이고,
지금은 보리농사를 짓는 집이 드물지만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는 말이다.
며칠 전부터 텃밭감자의 줄기가 마르기 시작하기에 한 두포기 씩 캐먹고 있는데
그때 그때 캐서, 쪘을 때 뽀얗게 하얀 분이 올라오는 것이 맛이 있지,
보관을 해둬 봐야 잘 먹지 않고 버릴 때가 더 많다.
지금 손자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감자캐는 체험을 하고 내일 가져가도록 할 계획이다.
날이 푹푹찌는데 비가 좀 내려 주려나....
어제 ‘좋은 소식, 나쁜 소식, 환장할 소식.’이라는 유머를 올렸다.
살다보면 그런 일이야 다반사지만
내게 이런 일이 생기니 속된 말로 쪽팔린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희희낙락 했더니만
몇 조금 못가서 엉뚱하게도 나쁜 일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환장할 일이 되어버렸다.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그러나 속단하지 말자.
세상일이란 앞으로 어찌 될 줄 모르는 일
세상만사 새옹지마인 것을...
땅콩꽃
어인 일인지 더덕 잎사귀가 꽃처럼 변했다.
멀리 지는 해 아래로 보이는 북녘의 산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여름 기운 온 세상에 뻗치는 하지
입하에 일어선 여름 기운이 하지가 되면 온 세상에 뻗친다. 해가 가장 많이 비추니 여름 한가운데 접어든다. 어디선가 매미소리 들리고, 밤꽃이 피고, 호박 오이 넝쿨이 뻗어가고, 풋고추 풋가지가 달린다. 옛말에 웬만한 곡식은 하지까지 심으면 거두는 양은 적지만 되기는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하지가 중요한 기준이다.
장마가 오기에 앞서, 밭마다 김을 매, 풀에 치이지 않게 해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장마에 밭이 풀밭이 되고, 곡식 곁에 난 풀을 뽑으려다 서로 뿌리가 엉켜 곡식까지 뽑히고 만다. 지나다 보이는 대로 맨손으로라도 뽑고, 호미로 찍어내고, 그래도 안 되면 낫으로 치고.
밭마다 풀을 매고 다니다 보면 정작 마당에 풀을 맬 겨를이 없네. 이맘때 풀은 키가 사람만큼 자랐지만 아직 씨는 안 맺힌 터라, 풀을 베어 밭에 덮어 주기 좋다. 풀이 거름도 되고, 풀이 두둑이 덮이면 새로 풀이 자라지 못하니 풀로 풀도 잡고. 하지만 조심조심, 벌이 있는지 뱀이 있는지 살피며 하자. 욕심 부리며 일을 하다가는 낫이 내 몸을 벨 수도 있으니까.
곡식들은 하룻밤 자고 나면 쑥쑥 자란다. 비가 한 줄기 오고 나면 어제 오늘이 다르다. 하지에는 호박꽃, 오이꽃, 메꽃이 피고지고 자귀나무에도 꽃이 피기 시작한다. 생강 촉, 토란 싹이 올라오고 고구마 줄기가 뻗어난다. 부지런히 심는다고 심었지만 군데군데 빈곳이 남아 있다.
늦게 심어도 되는 팥·조·기장 심고 비 오면 들깨 모·고구마 순을 심는다. 그렇게 밭 곳곳을 채우고, 새 먹고 벌레 먹은 곳까지 때우다가 그만 호미를 던지고 만다. 빈곳을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이러다가 사람 잡겠네 하면서.
음력 5월 감잎은 황금과도 안 바꾼단다. 장마가 오기에 앞서 감잎을 따서 감잎차를 만들 때다. 감잎보다는 고욤 잎이 더 좋다니 집 둘레에 드문드문 자라는 고욤나무를 찾아본다. 감잎 뿐 아니라, 이맘때 뽕잎과 은행잎 이렇게 세 가지를 섞어 차를 만들면 좋다. 사람 사는 집 둘레에 이 세 가지 나무가 자리 잡고 있으면 좋겠다. 6월 가뭄 끝에 장마가 밀어닥친다. 여름 장마에 산에는 여름 버섯 돋아나고, 도라지와 더덕 꽃이 피어나며, 산딸기가 익어간다. 6월은 7월에게 자리를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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