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이름도 그렇듯이
아름다운 모습의 여인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매화그림을 그려넣은 별전 종류가 많았지요.
그런데, 매화와 함께 다른 꽃그림을 새겨넣은 별전은, 부모가 딸에게...
매화만 그려져 있는 것은 남녀간 사랑을 표현하는 별전이었습니다.
예쁜 딸을 둔 어머니는 딸이 시집갈 때,
매죽(梅竹)이라고 새겨진 별전을 딸에게 주어서 시집을 보냈습니다.
" 매화처럼 아름답고, 대나무처럼 절개를 지켜라"
절개를 중요하게 여겼던 당시의 예법을, 대나무 그려넣는 방법으로 표현했지요.
대나무가 있으면, 벌써 무슨 뜻인지 아는 것입니다.
아래는, 매화별전에 대나무가 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 별전은 크기가 직경 2.9 cm, 두께 2.0 mm, 무게 7.8 g 정도 됩니다.
그리고 다른 면에는 부자(富者)로 잘 살라고, 富者라고 새겨서 주었습니다.
좋은 일이 많이 있으라고, 호랑나비도 함께 새겨넣어 주었습니다.
딸이 시집가서 부자로 잘 살고,
좋은 일이 많은 것처럼 부모에게 기쁜 일은 없지요.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것입니다.
별전의 다른 면에는 대나무, 부자, 호랑나비(호접) 그림이 있습니다.
호랑나비는 이름이 호접(虎蝶)인데, 발음이 호접(好接)과 같아서,
좋은 일이 많이 붙으라고 호랑나비를 새겨 넣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매화별전이 있습니다.
이 별전에는 매화 그림과 두 글자만 새겨져 있습니다.
새겨져 있는 두 글자는 암향(暗香).
그 뜻이 무엇일까요?
" 당신의 향기는 아주 그윽하게 풍기는, 아름다운 향기요."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별전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서로 만나서 자유롭게 데이트를 할 수 없었을 때,
은밀하게 넘겨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던 별전이었지요.
옛날 중국에 4대 미인이 있었습니다.
이 여인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기러기가
날아가는 것을 잊어버려서 땅에 떨어졌다는 한나라 때의 미인, 낙안(落雁) 왕소군.
강물에 비친 이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물고기들이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는 춘추시대 말기의 미인, 침어(沈魚) 서 시,
매화별전에 암향(暗香)이라고 새겨져 있지요.
여인의 아름다운 향취를 말합니다.
얼마나 여인의 향기가 아름다왔으면 암향이라고 표현을 했을까요?
이 별전은 직경 2.8 cm, 두께 1.5 mm, 무게 5.1 g 정도 됩니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이 여인의 모습을 본 달도
구름속으로 숨어버렸다는 삼국시대의 미인, 폐월(閉月) 초 선,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이 여인의 모습을 본 꽃이 부끄러워서
꽃봉우리를 닫아버렸다는 당나라 때의 미인, 수화(羞花) 양귀비,
양귀비 때문에 절대가인이란 말도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별전의 다른 면에 새겨진 두 글자,
롱주(弄珠),
" 당신은 구슬을 조롱할 정도로 아름답소.
중국의 4대미인을 표현한 말보다도, 더 확실하고 아름다운 표현이었습니다.
글자 두 자가 남자의 마음을 다 담고 있습니다.
입으로 할 수 없는 사랑의 고백,
별전을 통해서 은밀하게 했던 최고의 사랑고백이었지요.
별전을 통해서 사랑의 고백을 받은 여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매화별전에 롱주(弄珠)라고 새겨져 있지요.
여인의 아름다움이 구슬을 희롱한다는 뜻.
사랑을 고백하는 표현이었습니다.
조선시대의 별전,
우리선조들의 지혜가 별전 속에 숨겨져 있음을 봅니다.
그래서 별전은 시중의 통용전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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