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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강더위

백수.白水 2015. 8. 13. 07:38

무더위더위가 한 몸이 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무더위는 온도와 습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 앞에 붙은 ''''로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무좀은 손발에 물기가 많아 슨 좀이다. 무지개는 물방울이 만든 지게(·).

 

이에 비해, 비가 오지 않아 습기가 없고 타는 듯이 더운 것은 강더위이다. 흔히 땡볕더위’, 또는 불볕더위라고 하는 것이 바로 강더위이다. 그래서 '불볕무더위'라고 하면 앞뒤가 안 맞는다.

무더위와 강더위는 둘 다 몹시 더운 날씨를 말하지만, 습도가 높아 찌는 듯한 더위냐, 그렇지 않으면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타는 듯한 더위냐 하는 뜻 차이가 있다.

 

우리말 강더위와 상대어라고 할 수 있는 말이 강추위이다. 기상예보에서 아주 강한 추위를 가리켜 추위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자 굳셀 강자를 붙여 말하고 있는 것이지, 본래부터 쓰던 순 우리말 강추위와는 뜻이 다른 말이다.

 

순 우리말 강추위우리말 '마른' '물기 없는'을 뜻하며, 아무 것도 끼어들지 않은 순수한 것을 나타낼 때에 붙이는 접두사이다.

 

강더위가 비가 오지 않고 타는 듯이 더운 날씨를 말하는 것처럼, ‘강추위라고 하면 눈이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추운 날씨를 가리킨다. 그러니 '눈보라 몰아치는 강추위'는 틀린 말이다.

아무리 추워도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면 강추위가 아니었는데, 요즈음엔 한자 굳셀 강자가 달린 변종이 나타나 눈보라 치는 추위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찌개 같은 술적심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강술이라고 한다. 소주를 안주 없이 마시면 강소주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된 발음으로 깡술’, ‘깡소주라고 하는데, ‘강술’, ‘강소주가 표준말이다.

 

다른 첨가물이 없이 오직 그것만으로 된이라는 뜻을 보태 주는 순 우리말이기 때문에, 두부나 호박 같은 재료를 넣지 않고 빡빡하게 끓이는 된장을 강된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강된장을 일부 지방에서는 깡장이라 말하기도 한다.

 ‘이 붙는다고 모두 한자말 굳셀 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이렇게 순 우리말 이 따로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 여러 가지 경우에 응용해서 쓰면 좋겠다.

 

<성기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 <오태진/ 조선일보 수석논설위원> 의 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