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식아, 어제 술 많이 먹고 밤새도록 죽는 줄 알았다.
설사, 복통, 두통이 생겨서 밤새도록 죽는 줄 알았다.
생각해 보니, 어제 2.5병을 먹은 것 같은데, 내 몸이 견딜 수가 없나보다.
둘 중의 한 사람이 브레이크를 걸어야하는데, 의기투합하여 마셔재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죽기 전에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음과 같이 나의 결심을 밝히니, 그리 알아주기 바란다.
1. 이완식와의 등산은 한 달에 한번, 마지막 일요일 한다.
마지막 일요일에 다른 일이 있으면, 해당 월의 3번째 일요일 간다. 따라서 다음 등산일은 4월 24일이다.
2. 등산 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술은 파란 소주 1병을 초과하지 않는다.
1병을 마신후 각자 알아서 집에 가든지, 마스크를 쓰든지, 스카치테이프로 입을 봉한다.
3. 단 차나, 커피를 마실 수는 있으나, 등산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을 것이므로, 이것도 될 수 있으면 피한다.
4. 나머지 일요일, 즉 매월 첫째, 둘째, 셋째 일요일: 나는, 첫째 일요일은 혼자 등산가고, 둘째 일요일은 마누라와 가고, 셋째 일요일은 술을 안 마시는 다른 사람과 등산 갈 예정이다.
5. 너는, 나와 함께 가지 않는 일요일은 혼자 사패산에 올라가서 영어 공부 열심히 하고 내려오기 바란다.
6. 이 결심은 양봉모에게도 알려, 증인이 되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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