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26(토)
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절정에 이른 초목의 짙푸른 향기가 얼마나 맑고 서늘한지...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 서성거리다가 가까운 백월산으로 갔다.
산과 바다, 도시와 산골을 같이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산이다.
정상에서 홍성시내에서 혼자 올라오셨다는 76세의 어른을 만났는데, 금년 들어서 가장 맑은 날이라는 방송을 들었다고 즐거워하신다.
주변지형과 지리에 빠삭하여 서로 대화가 잘 통하니 나 역시 유쾌한 날이다.
백월산(白月山)은 홍성의 진산(394m, 鎭山 = 主山)으로 높거나 장엄하지는 않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용봉산·덕숭산·원효봉· 가야산·삼준산·봉수산·오서산 등 내포지방의 내로라하는 산들이 모두 한눈에 들어오고, 푸른 평야와 서해의 천수만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며 가슴을 시원하게 틔워준다.
날씨가 아주 좋은 날을 택해서 다저녁때 서해의 저녁노을을 보러 다시 한 번 꼭 오를 것이다.
백월산에 관한 내용은 http://blog.daum.net/ybm0913/4553 (백월산에 올라, 2016.10.26.) 참조.
산행기점은 (1)홍성군과 예산군의 경계인 고개쉼터 (2)노블오카리나펜션 (3)홍천문화마을 (4)용화암(절)(5)월산리 (6)구항면사무소 (7)석련사 등이 있는데, 구항면사무소에서 자동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가 있다.
작년가을에는 문화마을에서부터 걸어서 올랐고, 오늘은 자동차로 석련사까지 올라간 후 주차해놓고 걸어서 올랐다. 집에서 석련사까지 11km, 석련사에서 정상까지는 1km밖에 되지 않는 수월한 길이다.
석련사(石蓮寺)는 655년(백제 의자왕 15)
또는 신라 문성왕(재위:839∼857) 때 무염(無染:801∼888)이 창건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령군 성주사지(聖住寺址)에 낭혜화상비가 전하는 등 무염이 이 일대에서 활약했으므로 후대에 창건자로 올린 것으로 보인다.
무염이 활약할 당시 이 절의 이름은 산혜암(山惠庵)이었다고 하며, 권상로(權相老)가 지은 《한국사찰전서》에도 ‘석련사의 원래 이름은 산혜암이었다’고 적혀 있다.
1481년(조선 성종 12)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석령사(錫鈴寺)로도 나오며, 1799년(정조 23)에 편찬된 《범우고》에도 ‘석령사는 지금 폐사가 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한때 석령사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건물로는 대웅전과 법당·요사채가 있다.
산신각
뒤에서 본 법당과 요사채. 어수선한 전면보다 뒷모습이 더 아름답다.
삼신각 윗편에 근래에 조성된 마애불. 얼굴이 이국사람을 형상화한 부처보다 훨씬 인간적이라서 정겹다.
전면과 우측면에 각기 조각되어 있다.
우측면 佛
전면 佛
마애불전에서 내려다보이는 대웅전과 산신각
꽃범의꼬리
누리장나무 꽃이 시들어 간다.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이것을 ‘도둑놈의지팡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말린 뿌리를 고삼이라 하는데, 맛이 쓰고 인삼의 효능이 있어 소화불량·신경통·간염·황달·치질 등에 처방하고, 줄기나 잎을 달여서 살충제로 쓰기도 한다.
열매를 싸고 있는 꼬투리가 콩의 모습과 흡사하고, 이파리는 ‘아까시나무’ 잎을 닮았다.
고로 아까시나무도 콩과식물이고 고삼도 역시 콩과식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산길을 올라가면서 보니 도토리나무가지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떨어져있다.
나는 매년 이런 모습을 보면서 세찬비바람에 가지가 찢기고 부러져 내린 걸로 치부하고 말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 부여만수산에 내려가 자연휴양림을 산책하던 친구가 보내준 카톡 글과 사진을 보고서야 이번에 알았다.
도토리에 벌레가 알을 낳아 부화하면 그 새끼는 땅속에서 자라야하므로 어미는 약 3시간에 걸쳐서 나뭇가지를 잘라 땅에 떨구는 것이다.
도토리 거위벌레가 도토리 열매 속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은 후 톱날 같은 주둥이로 가지를 잘라 땅에 떨구면 열매 속의 알은 부화되어 유충이 되는데, 이것은 열매의 양분을 먹고 자라 성충이 된다고 한다.
만약에 이 도토리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그냥 매달려있으면 사람이나 다람쥐 등의 먹이가 되어 벌레는 열매와 함께 죽게 되니까.
도토리의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이미 애벌레가 파먹었기 때문에 썩어 가는 중이다.
도토리가위벌레가 나뭇가지를 자르는 모습. 잘려진 단면은 매우정교하다.
사실은 작업하는 놈이 어미인지... 아니면 아비인지...
아니면 부부가 공동작업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지(靈芝)
구름버섯(雲芝 운지)
악어가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으로 눈이 또렷이 보인다. 아나콘다나 장어 또는 새우모습 같기도 하고...
오랑우탄? 참 험상궂게 생겼다.
구항면사무소에서 정상으로 올라오는 자동차길이 이렇게 잘 포장되어 있다.
정상 안부에서 좌회전하면 팔각정(200m), 우회전하면 백월산 정상(100m), 직진하면 선혜암, 후진하면 구항면사무소.
둔중한 모습이 코끼리를 닮았다.
자! 이제 정상에서 탁 트인 사방을 조망해보자.
남서쪽으로 월선리 – 공리저수지 – 천수만 – 태안반도 그 너머로 망망한 서해바다가 펼쳐진다.
먼 산 왼쪽봉우리부터 가야산 – 원효봉 그 앞으로 수덕산, 그리고 오른쪽에 용봉산이 가깝게 보인다.
용봉산 오른편에 내포신도시의 너른 들판.
홍성시내너머로 중앙의 높은 산이 예산의 봉수산으로 백제부흥군의 최후거점이었던 임존성이 있다.
봉수산은 예당호의 상류에 위치한다.
먼 산 맨 왼쪽 높은 봉우리가 삼준산이다.
홍성시내
저 멀리로 충청도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오서산이 보인다.
홍성갈산면과 오른쪽으로 우뚝한 삼준산
초록으로 물든 공리저수지.
팔각정 위에 있는 봉우리에서 조망되는 연봉(連峰)들.
사진 왼쪽의 뾰족한 봉우리가 삼준산. 사진오른쪽 맨 뒤에 높은 봉우리는 가야산, 그 앞으로 바짝바짝 다가선 듯 보이는 원효봉, 수덕산, 그리고 맨 앞에 홍동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과 산 사이의 들판으로 홍성 – 덕산 도로가 나있다.
하늘이 참 말쑥한 날이다.
큰 바위에 소나무 한그루가 옆으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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