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6 (수)
천장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않지만 걷기가 좀 귀찮으면 서산해미면과 고북면이 경계를 이루는 이곳 연쟁이고개에 차를 주치시킨 후 걸어 오른다.
천장암에서 부른 노래
世與靑山何者是 (세여청산하자시)
세속과 청산이 어찌 다름이 있으리요.
春光無處不開花 (춘광무처불개화)
봄 햇살 닿는 곳 마다 꽃 피지 않은 곳이 없네.
傍人若問惺牛事 (방인약문성우사)
누가 만일 성우(경허)의 일을 묻는다면
石女心中劫外歌(석녀심중겁외가)
돌계집(石女,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 마음속 영원의 노래라 하리라.
※ 劫外(겁외)란 세속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진리와 함께 머문다'는 말인데...
石女心中劫外歌(석녀심중겁외가)라는 귀절의 의미가 잘 잡히지 않는다.
아무 때나 생각이 나면 천장사를 산책의 목적지로 삼아 불쑥불쑥 찾아가는데
원래 신도수가 적고, 작고 조용한 절인데다가 어제 백중법회가 있었을 것이니
웬만한 불도들은 다들 다녀갔을 것이라 불자는 오늘 눈에 띄지 않는다.
두 사람이 굴삭기로 축대를 고쳐쌓는 작업을 하고 절을 지키는 보살 한분이 공양준비를 한다.
인법당의 우측면 가운데에 부엌이 있고 그 안쪽으로 스님들의 거주공간이 들여다보인다.
인법당이란 이처럼 법당이 없는 절에서 승방에 불상을 함께 봉안한 전각을 이르는 말이다.
부엌오른쪽의 조그마한 방 두개는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이 수행하시던 곳이다.
인법당 승려가 머무르는 승방이다.
부처를 모신 방문위에 경허스님이 쓴 念弓門(염궁문)이라는 글이 붙어있다.
<念弓門>은 "생각의 화살을 쏘는 문"이라 해석하는데, 번뇌와 망상을 화살에 실어 날려 보낸다는 의미로,
마음의 문으로 번뇌가 일어나면 활 쏘는 것처럼 하라는 뜻이라 한다.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마음을 사라지게 하라는 말이다.
초파일 법회를 주관했던 키 큰 주지스님은 허리가 아파서 얼마전에 본사(本寺)인 수덕사로 들어갔고,
새로 부임한 앳된 주지스님이 인법당에서 독경을 하고 있다.
나중에 옹산스님으로부터 전해들은 바로는 이 스님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자신의 상좌로 있었다고...
산신각
경허선사(惺牛, 성우스님)기념관인 성우당. 염궁선원이 불탄 후 지금은 임시 선원으로 쓰이고 있다.
가을을 맞는 코스모스가 청초하다.
골등골나물
부추꽃
달개비
국화
뚝갈
마타리
경내를 소요하다가 작업인부와 함께 들어서는 노스님을 조우하게 된다.
성우당의 전등을 교체하기 위해서 기술자를 데리고 오신 것,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스님의 법력과 내공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천장사와 경허스님, 제자인 혜월 수월 만공선사의 이야기 등 두루 막힘없이 유려하시다.
누구시냐고 여쭸더니 법명과 연락처를 큼지막하게 적어주신다.
덕숭총림 수덕사 제20대주지(2,007년∼2,011년)를 역임한 옹산스님(翁山1,945년∼)이시다.
나와 카톡을 텄다.
웅산스님은 수덕사 대웅전건립 700주년기념대법회 봉행하고 수덕여관개축 및 禪미술관을 개원하였으며 염불원과 만공기념관을 건립하였다.
큰 스님은 경허, 만공, 원담으로 이어지는 선풍(禪風)을 계승해, 수십 년간 참선 수행해 오면서 선의 정신이 깃든 다양한 선서화 작품을 선보이고, <산중산책> 등 5편의 수필집을 출간했으며, 예산 향천사 천불선원, 수덕사 조인선원, 천장암 염궁선원을 재개원해 참선 수행 가풍을 확산시켰다.
1966년 원담스님을 은사로 득도한 옹산스님은 의정부 망월사 선원, 법주사 총지선원, 남국선원 등 제방선원에서 수십 안거를 성만한 수좌로, 수덕사 주지를 역임했다.
현재는 만해기념사업회 이사장 소임을 보고 있으며 수행하는 틈틈이 서예와 선서화를 익혀 다수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해외 교류전 등에 초청받는 등 수행과 문화예술을 겸비하고 정진해 왔다.
옹산스님이 직접 그린 자화상.
옹산스님 ‘잔설 위의 기러기 발자국’ 펴내
☞.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141(불교신문)
성우당 한켠에 마련해둔 자신의 조그마한 공간으로 들어오라고 하시더니 차를 우려내신다.
옹산스님의 법문
산중산책(山中散策)
진리는 마음 행할 곳이 멸하고 말길이 끊어져서 일체 이름과 형상이 없다.
입으로 아무리 말을 하더라도 글로써 수없이 쓰더라도 다만 글뿐인 것이다.
밥을 먹지만 밥의 참맛을 말로써 형용하기 어렵고 장미의 향기를 맡지만 향기를 글로써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책에서 배우든지 누구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덕숭산중(德崇山中)의 노선승(老禪僧)
젊은 비구니 수행승
천진한 동자승
한 벌의 누더기로 긴 겨울을 나는 수행자
어디 山中 뿐이랴
山中은 靑山이다
靑山은 진리다
몇 백 원도 채 안 되는 채소 한줌 놓고 추위를 떠는 할머니 모습
이 모든 사람들이 우리 모두의 삶의 대변자
山中과 市中의 저잣거리가 둘이 아니더라.
이 세상에서 제일 빠른 것이 빛인데
빛보다 더 빠른 이 마음으로 山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불이(不二)의세계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백인 흑인이 불성은 같나니라
신(神) 과불(佛)이 절대 궁극의 지점은 하나더라
남(男)과 여(女)가 둘이면서 하나더라
어째서 하나더냐
외자로 된 말은 아름답고, 깨끗하고, 귀중하고, 크고, 굉장하다.
해·달·산·물·금·별·신·나·돈.....
돌아오는 길, 아내와 함께 셋이서 한담을 나누며 연쟁이고개까지 걸어 내려왔다.
'여행 이야기 > 국내여행.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산 가야산에서 보는 망망한 서쪽 (0) | 2017.09.16 |
---|---|
홍성 용봉산 초가을 풍경 (0) | 2017.09.14 |
(풍경) 서산 구도항과 태안비치. (0) | 2017.09.02 |
금강(錦江) 수통리 적벽강에서 ∼ 천내강까지 (0) | 2017.08.30 |
백월산에서 산과 서해바다를 조망하다. (0) | 2017.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