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옮겨 온 글

붓질 좋다.

백수.白水 2017. 9. 17. 20:46



       


붓질 좋다.

가필했겠지만 뼈대는 손맛 그대로다.

그래서 글씨는 선생 찾아 배우면 안 된다.

선생 글씨에 붙잡혀 자기 글씨 찾는데 20년이고 30년이고 걸린다면 선생은 창작의 목줄을 죄고 있는 뚜쟁이에 불과하다.

지금도 선생이 써준 글씨에 자기 낙관 찍어 공모전에서 상 받았다고 자랑하는 이가 있는가. 그림은?

 

차라리 안진경이고 구성궁이고 장맹용비고 법첩 찾아 혼자 쓰라. 한 번 써봤으면 빨리 버리라.

부처를 만났으면 부처를 버리고 조사를 만났으면 조사를 버리듯이.

누가 글씨 잘 쓴다기에 가서 보면 누구누구 선생의 냄새가 난다.

자기 냄새는 없고 선생 글씨가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면 그 선생 빨리 떠나 것이 좋다.

선생이 공모전 준비하는 제자에게 체본 써주고 낙관비 받으면서 누가누가 심사한다고 언질하면 다 뒷배 구린 거래를 준비하라는 말이다.

십 년 썼으면 댓 명 스승은 있어야 자기 글씨 쓸 수 있다.

한 스승 밑에서 십 년 넘게 글씨를 배웠다면 그를 가르친 스승은 글씨 쓰는 기술자에 불과하다.

창작 예술가로서의 길을 막고 오직 자기 울타리에 갇혀 종신체납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진짜 스승은 월사금에 목매지 않는다.

차라리 법첩을 스승 삼던지.

생각해 보라.

선생이 장맹용 비문보다 잘 쓰겠는가?

안진경보다 잘 쓰고 광개토대왕비보다 잘 쓰겠는가?

글씨에도 고래심줄 같은 문중심리가 작동됨을.

바리바리 꾸역꾸역 오만가지 것들 쓸어 담는 바랑 크기 자랑하는 스승이 있다면

차라리 용수보살을 스승 하던지, 원효를 스승 하던지, 마땅찮으면 수 백 년 전에 죽고 없는 이를 스승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부처를 닮으면 됐지, 승복 입은 무당을 신앙해서야 쓰겠는가.

짝퉁일수록 자기를 숨기는 법이다.

문제는 가짜는 스스로 가짜 분별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르쳐주면 드러나니까.

그러게 가짜를 진리 법신이라 여기는 짝퉁신도가 절집마다 넘쳐난다.

속지만 않고 살아도 잘 사는 것을.

사바가 써서 쓴 소리 했다.

빵모자 터럭 끝에 무서리 내린다.

 

<如空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