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 물을 채우고 불을 때다보면 어느 때에 이르러야 비로소 물이 끓어오르면서 증기를 세차게 내 품고, 솥 안에서 응축된 에너지 중 일부는 눈물로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물이 끓는 때를 비등점(沸騰點)이라 한다.
그동안 온 듯 만 듯 지지부진하게 속으로 속으로만 차오르던 봄기운이 어제 낮에 25도까지 오르면서 비로소 비축된 힘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느낌이다.
감나무나 대추나무처럼 늦게 잎이 나오는 나무들도 일제히 촉을 틔웠고,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던 영산홍이 만개하여 화사하다.
깜짝할 새 산야는 푸르게 변했고 가는 곳마다 온갖 꽃들이 흐드러져 만화방창이다.
때로는 계절이 답답하리만큼 더디 오지만 어는 때는 이렇게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다가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일 때가 있듯이 농사일도 때가 있는 법, 웬만한 작물은 대략 5월초쯤에 심으면 냉해를 입지 않고 잘 자란다.
그제(4.20금) 지인이 밭골을 째줘서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이랑을 다듬고 비닐피복작업을 했다.
우리 밭 개울건너 둔덕의 고목이 금년에도 어김없이 새하얀 꽃을 피웠다.
배꽃 비슷해 보이는데 사람들이 배를 따먹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야생임은 분명하다.
구닥다리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이렇지 실물은 훨씬 우아하다.
산에서 이런 나무를 만나면 헷갈리고 궁금한데 나는 아직도 구별할 줄을 모른다.
아래 나무 중 하나일터인데...
[장미과 사과나무속] 1.야광나무(들배나무) 2.아그배나무(꽃사과)
[장미과 배나무속] 3.콩배나무 4.문배나무 5.참배나무
[장미과 돌배나무속] 6.돌배나무
[장미과 마가목속] 7. 팥배나무
[장미과 벚나무속] 8.귀룽나무
이제야 밭 꼴이 제대로 반듯하게 갖춰졌다.
두두룩한 곳이 두둑, 두둑사이의 낮은 곳이 고랑인데 줄여서 골이라고도 하고, 한 두둑과 한 고랑을 합해서 이랑이라고 한다.
뜰 앞의 꽃다지.
토종잔디밭에 꽃잔디를 심어놓고 따로 관리를 하지 않는데도 세력이 참 강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공존할지 아니면 한쪽이 축출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대나무를 베어내고 나니 가야산노블레스펜션이 가까이 다가와 우리 집 앞뜰의 풍경이 되고,
서울구기동 북한산자락에 사시던 어느 분께서 북한산이 자기네 정원이라고 하더니...
수덕산이 이제 집 앞 정원이 되었다.
요놈이 혹시 장수하늘소?
오늘아침 비닐피복을 하지 않은 이랑도 모두 돌을 골라냈다.
비닐하우스 뒤편의 경사지를 정리했더니 금년에 영산홍이 꽃을 피웠다.
이곳에서 가시오가피와 두릅나무, 엄나무 순을 따먹고 그 아래에서 머위대와 취나물을 넉넉히 뜯어 먹는다.
수덕산의 여명.
얼마나 반듯한지 내가 해놓고도 흐뭇하다.
태국에 사는 아내의 친구가 항공으로 보내온 망고 특상품이다.
서울아파트에서 살 때 망고 씨를 심어서 묘목으로 키워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한번 시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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