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코앞인데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이런 일은 내 기억에 아마도 처음인 듯 아주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겨울에 눈이 적게 오면 가뭄이 든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렇게 겨울가뭄을 해소시켜주니 다행스러운 일이고, 비가 미세먼지를 씻어내어 쾌청한 설을 맞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축복이 아니겠는가.
맑은 날을 택해 걷는 산길, 가급적이면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그리고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곳을 우선적으로 다니자는 생각으로 돌아 다닌다.
우리와 같은 동네였으나 지금은 1,2리로 분리된 광천2리를 어제 한 바퀴 돌았다. 한동네였으니 서로 왕래가 잦을 걸로 생각하겠지만 고지대인데다가 산으로 갈려있어 완전히 딴 동네다. 따라서 3년 전 타지에서 들어온 나로서는 처음 둘러보는 생소한 곳이다.
사전에 알아보지도 않고 들어갔는데 그 동네입구로부터 동네뒷산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길이‘원효깨달음길’의 일부구간임을 알았다. 곧 옛날 고승들이, 근대에는 불교중흥을 일으킨 경허스님과 제자인 만공스님 등이 수덕사와 천장암(걸어서6.7km)을 오가던 길이었음을 알았다.
내가 그 길의 일부구간을 오르내린 것이다. 동네도 쭉 돌아보고 2시간쯤 걸렸다.
내포(內浦)란
사전적 의미로 바다나 호수가 육지로 휘어 들어간 부분 즉 내륙 깊숙이 바다와 연결되는 물길을 통하여 포구가 형성되어 있는 곳을 의미하는데,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저서 <택리지>의 팔도총론에서는 내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충청도에서는 내포(內浦)가 가장 좋다.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200리쯤에 가야산이 있다. 가야산의 앞뒤에 있는 열 고을을 함께 내포(內浦)라 한다. 지세(地勢)가 한 모퉁이에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壬辰)과 병자(丙子)의 두 차례 난리에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다. 또 생선과 소금이 매우 흔하므로 부자가 많고 여러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 집이 많다.』
위에서 언급한 가야산 앞뒤의 열 개 고을은 태안,서산,홍주,덕산,예산,신창,대흥,청양,결성,해미를 칭하는 것으로 현재의 행정구역으로 서산시, 당진시, 예산군, 홍성군, 태안군과 보령시, 아산시, 청양군의 일부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포문화숲길은
가야산 주변의 4개시군(서산시, 당진시, 홍성군, 예산군)이 내포지역에 남아 있는 많은 불교성지들과 내포 천주교성지, 내포지역동학, 역사인물 및 백제 부흥운동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지점들을 옛길과 마을길, 숲길과 임도, 들길, 하천길을 따라서 연결한 충청남도 최초, 최대의 장거리 도보트레일로서 약 320km의 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포문화숲길은 내포지역이 지닌 역사, 문화, 생태적 가치를 바탕으로 지금의 우리네 삶을 천천히 되돌아보고, 내포지역에서 살고 있고 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기 위한 나눔과 성찰의 순례길입니다.
원효깨달음길은
내포의 문화역사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화가 종교문화인데 특히 불교는 백제시대 한반도에 들어와 융성한 종교로 내포가 그 중심이 되었다.
해양으로부터 전해지는 종교가 처음 들어와 융성한 곳이 가야산이며 가야사와 보원사라는 큰 절들이 들어서 계를 내리고 강의를 하여 수많은 수도승을 배출했으며 한반도내륙과 일본으로 전파한 산실이 되었다.
지금도 가야산에는 100여개의 옛 절터가 남아있다. 또한 근대한국불교를 살려낸 선불교의 중심사찰인 수덕사가 자리잡고 있어 깨달음을 얻는 성지로 알려져 있다.
해골 물 전설의‘일체유심조’를 곱씹으며 원효대사의 깨달음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절과 절, 옛 절터와 옛 절터를 연결하는 길을 조성했다. 예산의 수덕사, 서산의 천장암, 일락사, 개심사, 홍성의 용봉사, 당진의 영랑사 등 현존하는 사찰과 가야산의 옛 절터인 원효암 터, 백암사지, 가야사지, 보원사지, 서산마애삼존불, 당진안국사지를 연결해 놓았다. 성찰을 통한 마음의 치유와 깨달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마을입구에서 보이는 광천저수지. 마을입구인 홍성으로 가는 도로에서 640m쯤 올라온다.
원혀깨달음길 제1코스: 수덕사∼대곡리 13.1km <총6시간30분>
수덕사주차장 – 수덕저수지(440m) - 광천리저수지(2km) - 독고개(2km) - 천장암(2.3km) -
연암산(790m) - 각시바위(490m) - 연암산성터(2.9km) - 대곡리(2.2km)
이번산행으로 1코스중 수덕사주차장∼연암산정상까지 밟아본 셈이다.
광천리저수지
광천리저수지에서 마을입구(동쪽)너머로 보이는 덕숭산<뒷산 줄기 중 맨 왼쪽>
동네 뒤로 45번 도로가 지나고 그 뒤로 뒷산을 거쳐 가야산으로 오르는 산줄기가 보인다.
동네입구 그 너머로 보이는 높은 산봉우리(오른쪽)가 홍동산
양지쪽의 얼음이 녹아 반달모양이 되었다.
새들이 날아들어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한가로운 모습
꿀벌농장이 서너 곳 되어 보인다.
뉴캐슬모텔
광천저수지(0.57km)→ 뉴캐슬펜션 ←(1.5km) 독고개
45번 도로의 교량
45번도로 (주)녹수 쪽으로 올라가는 길
45번 도로에 설치된 표지판. 이곳에서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갔다.
45번 도로에서 다시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먼 산은 백월산.
덕산터널로 들어가고 나오는 45번 도로 교량
광천리저수지에서 천장사까지 4km, 수덕사까지 2.42km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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