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뻥 뚫리며 콸콸 쏟아진다.

백수.白水 2019. 3. 5. 21:46


입춘 우수 지나고 내일이 경칩이다.

기온이 15도 가까이를 오르내린지는 오래되었고,

겨울잠에 들었던 생명들이 땅거죽을 뚫고 힘차게 올라오는 새봄이 되었건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닌 세상,

예전에는 꽃샘추위 때문에 회자되었지만,

요즘은 온 나라가 미세먼지에 잠겨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으니 이건 봄도 아니다.

 

단시일 내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뾰족한 대책도 없으니 속이 터질 노릇,

금년 들어 오늘까지 64일중에서 28일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나쁨 이하의 상태였으니

갈수록 태산이요 첩첩산중이라는 말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봄이 되었으니 주변을 정리하고 텃밭도 슬슬 관리해야 되지만 먼지구덩이 속에서 일하기가 끔직하여 손을 놓은 지 여러 날이다.

실내공기가 외부공기보다 얼마나 깨끗한지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내포신도시에 있는 대형건물에서 매일 실내운동을 하며 지낸다.

 

새해 들어서 맨 처음으로 외부상수도를 사용해야 되는 시기는 장을 담글 때인데...

금년 2.26일에 장을 담그려고 수도꼭지를 틀어보았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집안에서 양동이로 퍼 날라야만했다.

확인해보니 다른 집들은 집밖의 수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데 우리 집만 감감무소식, 약이 오른다.

 

땅속에서 수도관이 얼어붙은 탓이다. 처음 수도를 놓을 때 석축을 한 후 안쪽을 우선 돌멩이로 메운 다음 그 위로 흙을 채웠는데 그곳에 수도관(꼭지)을 묻은 것이 잘못이다.

땅속 깊은 흙속에 관을 붙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겨우내 돌틈사이로 찬 공기가 쉽게 유입되어 수도관속의 물이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3월초에 시멘트를 깨고 흙을 파낸 후 뜨거운 물을 묻거나 해빙기계로 전류를 흘려 녹인 후 다시 메웠지만, 금년에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제 스스로 해동되는지 매일 수도꼭지를 열어 확인해가면서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만약 밖에서 물을 많이 써야 될 4월초까지도 해동이 되지 않는다면 축대에서 많이 떨어진 안쪽으로 수도관을 옮기는 공사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말이다.

 

매일 저녁때마다 점검을 했는데,

어제, 당연히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수도꼭지를 돌렸더니 툭 터지며 물이 콸콸 쏟아진다.

오랜만에 체증이 뻥 뚫리는 느낌세상에 이렇게 속 시원한 일도 생긴다.








나중에 공사를 하려면 수도배관을 찾아야한다. 후일을 대비해 배관 매설도면을 그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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