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우리네 인생도 끝날 때 봐야 아는거다.

백수.白水 2021. 5. 15. 17:15

입하(立夏 5.5)와 소만(小滿 5.21)之間, 바야흐로 신록(新綠)의 계절이다.

중부지방에서는 대략 5월 초순부터 농작물의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는 등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고,

중순부터는 실하게 뿌리를 내려(활착 活着) 발육이 시작된다.

 

서둘러서 빨리 심는다고 일찍 자리를 잡고 잘 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매년 깨우치는데...

금년에는 4월 하순의 날씨가 너무 따뜻한 바람에 온난화의 영향으로 계절이 조금씩 빨라지는 게 아닌가 싶어

4.25일에 토마토·오이·가지·고추·마디호박 등을 심고,

4.29일 땅콩·호랑이강남콩 이식에 이어 5.1일 고구마순 까지 모두 심어버렸다.

예년보다 1주일이상 후다닥 재빠르게 이름을 졌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는데

기온이 떨어지면서 냉해를 입고 이파리가 누렇게 시들면서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오이 토마토 가지 등의 모종은 연약하기 그지없고,

고구마순은 뿌리가 나지 않은 것을 땅에 꽂은 거라서 배배꼬여 비틀어지니 불안하다.

추가로 모종을 사다가 두 차례에 걸쳐 보식(補植)을 했다.

잘살아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면서 또 며칠이 지났다.

 

밤새 비가 내렸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린다.

밭에 내려가 보니 모종들이 생기를 찾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생명의 촉이 새파랗게 터지고 있다.

열 번 물을 주는 것보다 비 한번 내려주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낸다.

고사(枯死)직전까지 갔던 것들이 살아나다니 자연의 힘이 참으로 경이롭다.

죽을 고비를 넘긴 모종들은 앞으로 현재 푸짐하게 하게 자란 거 이상으로 잘 자라서 열매를 맺게 됨은 자명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죽도록 힘이 든다고 해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자연의 가르침이다.

우리네 인생! 끝날 때 봐야 아는거다.

 

무더기로 심겨진 게 재래종호박이고 그 위의 노랑 잎이 진 두포기가 마디호박.

가망이 없지만 혹시나 싶어 옮겨 심어놨더니 새 촉이 올라온다.

 

말라비틀어진 토마토 포기 사이사이에 새로 모종을 사다가 심었는데,

옛것이 살아나서 새로 사온 것을 따로 다른 곳에 옮겨 심었다.

 


오이와 가지 모두 말라들어 가던 포기사이에 새로운 모종을 심었는데...

거의 대부분 소생한 덕분에 포기수가 많이 늘었다.

 







고구마순은 거의 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존율이 90%이상이다.

 

양파는 금년에 처음으로 심어봤는데 마늘처럼 마늘쫑(마늘종)처럼 쫑이 올라왔다.

꽃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