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꽃은 눈독 손독을 싫어한다."

백수.白水 2023. 1. 10. 19:58



‘한꺼번에 피어나는 분꽃이 신기해서 어떻게 오무렸던 게 벌어지나
그 신비를 담으려고 지목해서 지키고 있으면
딴 꽃은 다 피는데 지키고 있는 꽃만 안 필 적이 있었다.’
“꽃은 눈독 손독을 싫어하니까
네가 꽃을 정말 예뻐하려거든 잠시 눈을 떼고 딴 데를 봐라.”

박완서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글인데 아주 오래전에 읽은지라
언제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을 못해 답답하던 차 검색 끝에
작가의 장편소설‘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 나오는 글임을 알았다.

“꽃은 눈독 손독을 싫어한다."

꽃을 가꾸고 농사를 지으면서 자주 떠올리게 되는 구절이다.
씨를 심고, 모종을 옮기고, 거름을 주고, 농약을 뿌리는 등의
여러 과정을 거쳐야 꽃을 피우고 결실을 거두게 되는데
정성어린 손길이 필요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 화를 부른다.
순조롭게 잘 자라면 좀 더 키우고 싶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안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쑤석거리게 되고, 옮겨 심고, 거름이나 영양제를 과도하게 투여하는 등의
과다한 관여로 망가뜨리게 된다.

경험에 따르면 식물은 겉보기엔 약해보이지만 자생력이 아주 강한 거라서
곧 말라죽을 것처럼 비실거리다가도 며칠이 지나면 소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 며칠을 진득하게 기다려주면 될 일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도그러하지 않던가.
눈독과 손독, 눈길과 손길, 관심과 관여가 과하면 탈이 난다.
넉넉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윽하게 지켜봐주는 배려가 진정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