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석선물.

백수.白水 2011. 9. 9. 22:23

 

낼 모레 글피가 달이 제일 밝게 떠오르는 한가위.

하늘은 푸르러 한없이 높고, 오곡백과는 무르익고

그래서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계절.

풍성하므로 물질도 마음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추석을 앞두고

현직에서 물러났는데도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고

오직 마음으로 보내주는 선물. 그 마음을 받는 기쁨이 남다르다.


30대 초반 부하직원으로 있었던 어여쁜 아가씨가 벌써 48살

두 아들의 어머니로 중년의 여인이 되어 같이 늙어 가는데

매년 명절 때 마다 정이담긴 선물을 보내주고

이곳 시골에 와서 알게 어떤 이는 내가 좋아하는

멧돼지고기를 시시때때로 몇 뭉치 보내준다.


아내는 손자 준다고 송편을 빚으며 이것저것 준비로 분주하다.

추석 때 얼마나 거창하게 먹겠다고 오늘 하루를 굶주릴 수 있단 말인가.

멧돼지고기 삶아놓고 나 혼자 소주 한 병 했다. 인생 그거 별거 아니다.

어찌 지척의 이해관계, 그 잣대로만 계산하면서 그리 살려고 드는가.

낭만과 사랑을 입으로 읇조리는 사람일수록 가식과 변덕이 심하다. 

입이 즐겁고, 하루 그리고 또 하루가 즐거우면 살만한 인생인 것을...

이 가을밤 마음과 정과 추억을 마셨다.

 

 압력밥솥에다 삶아낸 멧돼지고기. 기름기도 없고 쫄깃하여 정말 맛있다

야간촬영인데 내가 디카를 잘못다루니 선명도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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