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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길을

술이부작(述而不作)

백수.白水 2012. 5. 30. 07:42

 

述: 서술할 술    而: 말 이을 이    不: 아니 불    作: 지을 작

 

 

서술하는 것이 창작보다 중요한 것이란 의미로 공자가 스승의 역할을 강조한 말이다.

 

원문은 이렇다. “서술하되 짓지는 않고 믿어서 옛것을 좋아하니, 남몰래 나를 노팽과 비교해본다.(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논어 술이 편)” 여기서 ‘술’이란 선현의 말을 천술(闡述)한다는 의미로 황간(皇侃)의 주석을 보충하면 옛 문장에 전해오는 것(傳於舊章)을 뜻한다. ‘작(作)’은 새로운 것을 저술(著述)한다는 의미로 주희 역시 이 글자를 ‘창시(創始)’의 의미로 보았다. 그러니 ‘不作’이란 잘 알지 못하면서 지어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니 공자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노팽은 팽조(彭祖)를 가리킨다. 더러는 노자와 팽조라는 설도 있는데 타당성이 부족하다. ‘대대례’에 ‘옛날 상나라의 노팽 및 중훼(昔商老彭及仲(회,훼))’라는 말이 있는 것이 그 근거다.

 

이 문장은 “아마도 알지 못하면서도 창작하는 자가 있겠지만, 나는 그런 적이 없다(蓋有不知而作之者, 我無是也·논어 술이 편)”라는 문장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좋다. 논어 위정 편에서도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라고 하여 ‘온고지신’을 스승의 자격으로 보았던 공자는 복고(復古)정신에 입각한 자신의 학문 방향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학문에 있어서 선현의 학문을 존중하고 창작보다는 서술에 무게중심을 두었던 것이다.

공자의 관점은 현재 역시 과거의 연장선이며 미래 사회 역시 현재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스승 역시 미래에 펼쳐질 일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것에 대처할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술이부작’이란 과거에 함몰되라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대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섣부른 예측이나 어설픈 독창성을 내세운 독단적인 학문 태도나 아집은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보아야 한다. 이 말이 ‘신이호고’라는 말과 함께 거론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