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철학에서는 四季를 봄은 木, 여름은 火, 가을은 金, 겨울은 水에 배정하고
계절과 계절사이의 환절기를 土用이라한다.
요즘 가을과 겨울의 경계, 土用의 공간은 어지럽고 정신사납다.
잿빛하늘, 찬비에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가을,
이리저리 천지사방으로 부는 차가운 바람은 낙엽 그마저 겨울로 쓸어내고 있다.
변혁기인 土用의 구간은 흙, 특히 황사바람이 연상된다.
이시기는 원래 변덕이 심해서 감기환자가 많이 나오고, 돌아가시는 노인 분들도 많다.
가을이 스스로를 잃으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 온다.
겨울이 생로병사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死)의 계절로 보이지만 세상만물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것이니 겨울은 거듭 태어나기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인 것이다.
서경(書經)에 ‘토(土)에 가색(稼穡)’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가(稼)는 씨앗을 뿌리는 것이고, 색(穡)은 수확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토장(土藏)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 이시기에는 뿌린 것을 거두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다람쥐가 땅굴 속에 도토리를 쌓아놓듯 우리도 겨울나기를 위한 저장으로 바쁜 시기인 것이다.
오늘 김장을 했다. 김장은 침장(沈藏)의 변음으로 이때의 침(沈)은 ‘담그다’는 뜻이니 각종양념에 버무린 김치(沈菜: 침채)를 담그고 저장하는 일이다. 배추는 백채(白寀)가 변한 말이고, 김치는 침채(沈菜)의 변음인데 침채 또한 더 거슬러 올라가면 ‘딤채’가 본말이다.
배추를 뽑아서 다듬고 절여서 담그는데 까지 2박3일이 걸린 큰 행사,
기운이 장사인 동네아주머니 세분이 오셔서 2시간 반 만에 일찍 끝내고, 열 댓 명이 모여들어 먹고 마셨다. 나 역시도 요즘 김장하는 집 다니며 먹고 마시느라 살판났다.
김장 끝내고 배추 노란속잎에 싸서 먹는 알싸한 속맛, 김치 맛은 김치 속맛에 달렸는데 그 집 안주인의 취향과 식성이 그대로 배어 있고, 손맛이 다르니 각기 다르다.
김치냉장고용 통으로 모두 12통이 나왔으니 이만하면 농사 잘 됐다.
농사는 내가 지었지만 여기저기 나누어 먹는 일은 아내의 소관,
손자들 맛보이려 내일 김치 싣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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