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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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오늘도 소낙비 한차례 호되게 지나갔다.

백수.白水 2013. 8. 5. 13:10

 

우리나라에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6월 하순∼7월 하순까지 계속해서 내리는 많은 비를 장마라고 일컫는데, 금년에는 평년보다 일주일가량 빠른 617일에 중부지방에서 시작되었다.

 

617일에 시작된 장마가 역대 최장인 50여일의 기록을 세우고 어제(84)날짜로 끝났다고 기상청에서 공식선언했다 이로서 종전의 기록인 1974(45)1980(46)의 기록을 뛰어넘는 최장기간(49)의 장마를 기록하며 장마의 진면목을 여실하게 보여 주었다.

 

집중호우가 자주내린 중부지방의 경우 장마기간 중 강수일수가 26.5일에, 강수량 482mm(평년의 131% 수준)의 비가 내렸다고 한다.

 

이에 반해서 남부지방은 강수일수 17.5일에 강수량270mm(평년의 77%), 제주는 강수일수 13일에 강수량112mm(평년의 28%)에 그쳤으니 반쪽 장마가 두드러지면서 남부와 제주에는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졌고 가뭄 피해도 잇따랐다고 한다.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며 폭염과 열대야가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 불안정으로 국지성 소나기도 잦을 것이며 9월 늦더위도 기승을 부릴 것이라 한다.

 

장마는 댱마(+ )’으로 '', '오랜' 이란 뜻의 한자 '()'''를 의미하는 우리말 ''의 합성어이다. 장마의 어원이라고 보는 '댱마'란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말하는 것으로, 15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댱마'로 표현되다가 '쟝마', '장마'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 + [표준국어대사전](1576년 사용례있음) * 댱마디다.

쟝마 (영조말년 이후, 1690 譯語類解補) * 쟝마

: 길다

: = 물의 옛말 *訓蒙字會(1527), 新增類合(1576)

: (오란비), (댱마)

장마의 순수 고유어는 오란비” (백문식,1998)

오란 + > + > 댱마> 쟝마 > 장마.

 

 

그동안 지루한 장마철 끈적하게 감기는 축축한 습기 때문에  불쾌했지만 그 대신 시원하게 보내긴 했다.

6월 달에 감자를 캤고, 7월말에 옥수수를 땄는데 계속되는 장맛비로 제대로 수정이 되지 않았는지 기대했던 만큼의 소출을 내지 못했다. 그래도 아들네와 친구한테 한 상자씩 보내줬으니 서운함은 면했다.

강낭콩은 포기가 선채로 물러 문드러지거나 싹이 트는 바람에 간신히 씨앗정도만 건졌고, 참외는 빗물만 먹어서 맹탕인지라 모두 버렸다. 며느리가 좋아하는 단호박은 겨우 한 상자를 거둬 보내줬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하다. 장마가 끝이 난지 얼마나 됐다고 푹푹 찌는 태양의 열기에 한줄기 소낙비가 이리도 그리운 것인지...작물은 무더위 속에서 무성하게 자라나는 법, 그래야 크고 실한 열매를 맺는 것이니 반드시 겪어야할 과정이다. 이 한 여름에 나는 벌써 김장채소를 준비한다. 새벽 일찍 나가서 김장 무씨를 뿌렸고, 배추씨도 포트에 냈다. 한 열흘정도 지나며 참깨도 베어서 말려 털어야 한다. 오늘은 산다는 것은 내일을 준비하는 일이다.

 

9년 전인 200485일 날, 한데서 태어나 광풍이 휘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에서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술 먹고 허우적거리며 짧은 한 한평생을 모질게 살다가, 46세의 젊은 나이로 彼岸으로 떠내려간 내 동생의 忌日이. 호주에 사는 작은 아들이 잊지 않고 제 작은 아버지의 忌日이라고 돈을 보내왔다. 감악산 범륜산에 가서 명복을 빌었다.

 

화장해서 낙산사로 앞바다에 뿌려달라고 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고향선산으로 가서 아버지 어머니 묘 주변에 뿌려주었었다. 바다에 뿌려서 죽어서라도 영혼이나마 자유롭게 일렁이도록 했어야 하는데.... 고향에 가면 그 흔적이라도 한 번 더 쳐다보려는 나의 욕심이었던것.

 

뼛가루를 뿌리던 그날! 그 마지막 날에도 소낙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내렸는데, 오늘 절에서 내려오는 길에도 맑은 하늘이 갑자기 캄캄해지더니 세찬 소낙비를  20여분 동안 정신없이 퍼붓고 갔다. 시시때때로 가슴 아리게 생각이 난다.

 

 장마 통에 무성하게 자라난 호박 줄기, 한 아름되는 조선호박이 열렸다.

보리밥 먹을 때 쪄먹으려고 따온 호박순.

 수세미.

 

 감악산 범륜사.

 

 

 

 어디 금동불만 불상이다냐? 도처에 불상이다.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