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변에서 찍다/ 白首 / 2013.12.04>
한파가 찾아왔다. 들녘은 잿빛이다. 금새 눈이 쏟아질듯 잔뜩 흐린 날씨. 강물은 문을 닫고, 얼음장 밑은 흐름이 끊겼다. 정지됐다. 봄을 맞으려면 아직 멀고 먼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12월은 이 처럼 스산하다. 멈춰버린 느낌. 정말 그럴까?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면 언 세상이 다시 눈을 뜬다. 수만개의 붉은 점들이 은백색의 세상에 일제히 불꽃을 피워낸다. 열정을 불태운다. 세상이 깨어나 뜨거운 열정으로 부대낀다.
노박덩굴이 그려내는 한겨울 풍경. 참 멋지다. 노란 껍질을 깨고 터져나오는 붉은 씨앗들. 눈밭으로 똑똑 떨어지는 씨앗이 동백꽃 흩날리듯 아롱진다. 노박덩굴은 그래서 예쁘다. 여린 바람에도 쉬 늘어지는 줄기가 줏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제 갈길을 간다. 길을 잃는 법이 없다.
저 홀로 덤불을 이뤄 얼기설기 집을 짓는 노박덩굴. 영락없이 함께 사는, 더불어 사는 모습이다. 때론 더부살이도 마다하지 않지만 그 또한 함께 하는 버팀이고 지탱이다.
노박덩굴의 쓰임새 또한 낯설지 않다. 통증 치료에 긴요하게 쓰인다. 11월 무렵, 잘 익은 노박덩굴 열매를 가루내어 먹으면 여성들의 생리통에 특히 좋다. 민간에서는 허리통증과 요통, 류머티즘에도 폭넓게 사용하는 약초다.
혈액 순환제로도 사용한다.
그러나 한겨울에 만나는 노박덩굴은 약초가 아닌 ‘꽃’의 느낌이 더 강하다. 얼기설기 엉킨 가지에 달라붙은 열매는 마치 노랗고 붉은 꽃처럼 화려하다. 노박덩굴이 한겨울의 관상용 꽃꽂이로 인기를 끄는 이유다.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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