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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 박영근

백수.白水 2014. 5. 16. 18:45

 

부석사 3층석탑(통일신라시대 조성) -2012.4월 촬영

 

―박영근 (1958∼2006)

저 탑이
왜 이리 간절할까

내리는 어스름에
산도 멀어지고
대낮의 푸른빛도 나무도 사라지고

수백 년 시간을 거슬러
무너져가는 몸으로
천지간에
아슬히 살아남아
저 탑이 왜 이리 나를 부를까

사방 어둠 속
홀로 서성이는데
이내 탑마저 지워지고
나만 남아
어둠으로 남아

문득 뜨거운 이마에
야윈 얼굴에 몇 점 빗방울
오래 묵은 마음을
쓸어오는
빗소리

형체도 없이 탑이 운다
금 간 돌 속에서
몇 송이 연꽃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