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대화기법

백수.白水 2011. 2. 22. 18:16

아주 오래 전의 일. 어떤 사람과 술 한잔하며 얘기를 하는데.

이 아가씨 계속 세상일을 자기만 알고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혼자 계속 얘기 하길래, 내가 그랬다.

야! 말 그만해도 무슨 말인지 내가 다 알아, 나는 놈 위에 기는 놈 있는겨, 내가 네 머리꼭대기에 올라가가 있는디,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자기는 나는 ? 쫓아 올라가서 머리끄댕이 잡는 ?이라나.

고수는 고수였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맨 먼저 하는 일은 세 가지다.

1)맨 먼저 이메일을 연다. 그러면 어김없이 직장 상사였던

금년 76세의 jjh 380327님이 보내주신 아침 메일이 1-2건 꼭 도착해있다.

내가 이곳 시골에 들어 온지 5월이면 만 4년이 되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온다.

세대차이가 나니 취향에 맞지 않은 글도 꽤 있지만 좋은 글, 야한 그림, 장르와 카테고리의 구분이 없다.

그런데 나는 신년이나 설날을 빼고는 단 한 번도 답 글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온다.... 그러면 이 양반! 머리끄댕이 잡혔는데 화 한번내지 않고 힘차게 고고씽하니

머리채 잡은 사람이 오히려 딸려간다. 와 진짜 고수다.


2) 이곳 시골로 와서 동두천 골프연습장에 나다니게 되었는데 거기서

나보다 나이가 좀 많은 아주머니를 알게 되었고 가끔 집사람도 같이 어울려 라운딩도 하고 했었는데

좀 안좋은 일로 교도소에 가있다.

스쳐도 인연인데 그래도 꽤 많이 부대끼며 지냈는데....

매일 이메일로 편지를 쓴다. 지루한 시간 잘 보내라고 내가 글을 쓰기도 하고

이런저런 다른 글도 복사해서 보내는데 진한 유모어 이런 걸 아주 좋아한다.

어려운 글 이런 건 안 맞는 체질, 답장이 가끔 오는데 첫머리에는 매일 힘드시니 그만 하세요

하면서도... 끝에는 꼭 이렇게 써있다. 안에서 돌려가며 읽는데 모두배꼽을 잡는다구요.

오후만 되면 편지가 기다려 진다고....

그런데 답장이 안와서 내가 살짝 건드렸다. 편지받고 답장 써야 되는거 아니냐구,

본인 시간 보내라고 한 얘긴데 답장이 자주 온다.

나의 이런 작업은 6 월말 까지 계속될 것이다.


3) 그 다음에 블로그 좀 둘러보고 글도 좀 쓰고....


편지도 글도 대화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대화기법 한 가지만 적는다.

대담을 할 때나 진행을 할 때 가장 난감한 경우가 단답형. 예, 그래요, 아닌데요. 이렇게 되면 곤혹스럽다.

대화가 딱딱 끊어지고마니 시간 때우기도 힘들고 분위기가 냉랭하며 무지 건조하다.

상대방을 칭찬만 하면 대화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칭찬을 받게 되면 “아 예 뭐 그렇지요. 과찬 이십니다”이러고 나서는

곧 말문을 닿아버리기 십상이다.


상대방을 건드리고, 치고, 살짝 꼬집어라.

그러면 한잔 술에 취기가 오른 듯 발설의 욕구가 솟아올라

마음속의 숨겨놓은 이야기나 자기의 생각을 술술 풀어내게 되어있다.

좀 더 세게 하려면 그 사람이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신체적 약점을 살짝 화제로 삼아도 좋다.

그러면 따귀 맞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 때부터 자기의 고충부터 털어놓기 시작해서

신변잡기 까지 풀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고수들의 후일담이다.

나의 동료였던 대머리 지점장. 어 빛나리!하면 왜? 하며 반기고.

빨간 코 상관을 홍코 형님! 하고 부르면 술 한잔 하자는 걸로 생각해 되게 좋아했다.

이런 분들이 머리채 잡혀도 웃으며 제 페이스를 유지하는 진정한 고수다.

우리는 고수의 모습에서 여유와 웃음과 그리고 따뜻해져 옴을 느끼지 않는가.

고수가 될지어다.

 

그런데 사람 따라 기분 따라 분위기 봐가면서 잘해야 한다.

하수 건드렸다가 잘못되면 뺨맞고 평생 웬수된다.

때로는 분위기 좋은 곳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

마음이 확 풀어지면 잔디밭에 퍼질러 앉아 막걸리도 마실 일이다.

와인이든 막걸리든 그리고 하수든 고수든 선택은 자유다.

 

사람이 말이 많으면 안된다. 잘못하면 자기가 던져놓은 말의 그물에 걸린다.

그런데 요새 내가 말이 많아졌으니.....

이건 아니다. 이제부터 많이 줄이자.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기는 밖으로 품어내야....  (0) 2011.02.25
같이 잘 먹고 잘 살아보자  (0) 2011.02.24
관념의 연상작용  (0) 2011.02.20
로또! 인생의 역전과 그 반전.  (0) 2011.02.19
雨水! 얼음아 녹아 내려라  (0) 2011.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