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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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열기는 밖으로 품어내야....

백수.白水 2011. 2. 25. 16:24

 

 

담는 시기는 따로 특정 할 필요가 없다. 봄이나 가을이나 고추장 떨어지면 담는다. 간장과 된장은 묵어야 좋고 고추장은 매년 담아야 맛이 있다. 매운맛이 나면서도 달착지근 해야 된다.

 

나는 끈적거리는 것을 싫어해서 찹쌀 고추장 보다는 보리고추장을 담고, 너무 단것은 입에 맞지않아 물엿을 안쓴다. 고추가루,메주가루에 보리를 엿기름에 삭힌물을 적당히 붓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220일 된장을 담고, 224일 오전 12시에 시작해서 22512시에 고추장 담는 작업이 모두 끝났다. 된장 간장 고추장이 기본 장이다.

 

그 집의 음식 맛은 안주인의 손맛과 장맛에 달렸다고 한다.

사찰음식은 간을 맞출 때 소금을 안 쓰는데 그 이유는 소금을 된장이나 간장을 담는 과정을 통해 발효시키고 숙성시켜서 먹는 나름의 지혜인 것이다.

 

장을 담글 때는 간을 뺀 소금을 써야 되고 김장철 배추 절일 때도 간을 뺀 소금을 써야 김치가 무르지 않는다. 간수를 빼는 이유는 소금에 있는 불순물과 염화마그네슘을 빼내서 소금의 자극적인 쓴맛을 제거하는데 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한낮의 바람도 차갑다. 春來不似春이라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으니 catch a cold ! 이삼일 전부터 감기몸살이 찾아들어 고군분투중이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닭 모이를 줘야 되고 농사일지도 틈틈이 쓰고 해야 될 일상이 있으니.... 또 일요일에 동창부부모임을 치러야하니 토요일까지는 무조건 낫기 위해 용감하게 버티고 할일해가며 싸우고 있다.

 

빼먹는 날 없이 계속 며칠간 술을 마신다거나 밤새워 화투판을 이어가는 일 모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중노동이다. 오색잡기를 탐하기에 바빴던 젊은 시절, 나는 감기몸살로 며칠씩 고생하는 일이 잦았는데 거기에다가 편도선염이 꼭 따라붙었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감기는 내경험으로 환절기 날씨 탓이 제일 크지만 대체적으로 몸살이 뒤따르는 점으로 볼 때 생체의 원상회복을 위한 생체의 되돌림 과정이요 순환작용이라는 생각이다.

 

몸속 가득한 怒氣熱氣 火氣熱情을 밖으로 빼내는 현상으로 몸이 원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한 피할 수 없는 한 과정인 것, 무엇이든 과로하면 화기가 차오르는 법이니, 휴식 없이 자동차를 계속 몰다보면 엔진이 과열되어 기어변속기가 뜨거워지지 않는가.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도 용량에 비해 너무 많은 자료를 연산하고 제어하다보면 열을 받아 헝클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현상은 지구의 지각변동현상에서도 나타난다. 지구내부의 이글거리는 쇳물은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게 되는데 지각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그 열기를 어느 한쪽으로 품어내게 되는 것이다. 지진으로 제 몸을 갈라 열기를 식히고, 심할 때는 지각의 약한 부분으로 용암을 분출해야 되는 것. 이렇듯 수시로 화기를 발산하지 못하고 계속 안으로만 응축된다면 어느 한순간 지구의대폭발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인체도 마찬가지. 과로나 스트레스로 몸에 화기가 가득 들어차게 되는데 이 화기와 열기를 빼내려면 우선 몸 외부부터 식혀야 하므로 으슬으슬 오한과 한축이 일어나며 감기가 오는 거고, 그래도 화기가 식지 않을 때는 그 사람의 가장 약한 신체부위가 부풀어 오르고, 더 심하면 그 부위가 터져서 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코밑이 헐고, 어떤 사람은 입술이 부풀어 터지고 심한 몸살을 앓는 것인데 젊은 시절 나는 온 몸에 열기가 가득차오를 때면 꼭 아랫입술이 터졌다. 그렇게 내부의 열기와 화기를 외부로 빼냄으로서 생체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다. 서너 살 된 작은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놀 때면 그 녀석 꼭 내 아랫입술을 잡아 까며 아빠 고기! 라고 했으니 그 부위가 두툼하기는 하지만 제일 약했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열정이나 욕심이 과하면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에 과부하가 걸리고, 열을 받아 화기 가득한 육신은 감기몸살이라는 지독한 치유과정을 통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화산이 터지듯 어느 한순간 혈관이 터져 뇌출혈이나 심장마비로 가게 될 것이다.

 

지금은 감기몸살을 거의 앓지 않는다. 아마도 나이 탓에 열정이 식었고 웬만한 일은 체념하게 되니 욕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차오르게 되는 몸속의 화기. 힘들지만 그래도 소금에서 간기를 빼내 독을 없애듯 빼내며 살 일이다.

 

  

작년 봄부터 일년간 빼낸 간수를 정제시켜 만든 고체 간수 . 두부 만들 때 응고제로 사용한다

 

 

패트병에 담긴 것이 보퉁 철물점에서 파는 액체 간수. 고체간수의 농도가 훨씬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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