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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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호가호위 [狐假虎威]

백수.白水 2011. 5. 22. 18:45

 

동두천 어느 빌딩앞 정원에서 찍은, 잎이 특이하게 생긴 단풍나무인데 이름이 궁금하네요.

 

5월 1일 날 검정색 토종닭이 검정색 병아리 2마리를 깠습니다.

그리고 둥지에서 어미닭이 어린 병아리를 품에 안고 기르면서 부화되지 않은

오리 알을 계속 품어준 덕분에 5월 7일 날 노란색 오리새끼 1마리도 태어났고요.

그런데 오리가 태어나니 어미닭은 제 새끼가 아닌 것을 알고는

제 품에서 쫓아내고 학대하기 시작했지요.

깜깜한 밤중에 몰래 품에 밀어 넣어주면

귀신같이 알아보고는 부리로 사정없이 쪼아서 내치더라고요.

제 새끼는 앙칼지고 철저하게 보호 하면서 말입니다.


태어나자마자 한 순간에 미운오리새끼가 되어버린 겁니다.

하는 수없이 골판지상자에 담아 오늘 오후까지 집안에서 길렀지요.

토종병아리는 아직 참새만 하지만 오리는 성장속도가 빠르지요.

14일 자랐는데 내 주먹만 합니다.

사실은 장날인 어제, 같은 크기의 오리새끼 몇 마리사서 한 동안 같이 기르다가

닭장에다가 합방시킬 계획이었지요.

왜냐하면 불쌍한 미운오리새끼 한 마리를 닭장에 넣어줘 봐야

어미닭과 어미오리에게 학대받을게 뻔하니까요.


어미닭은 모양이 닭과 다르니 제 새끼가 아닌 걸 금방 알아버렸고

오리는 오리대로 저희들이 부모 되어 알을 낳았지만

제가 까지 않았으니 제 새끼로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제 비가 내려 5일장이 서지 않은 겁니다.

오늘 오후 늦게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집안에 냄새가 많이 나는 거예요.

이번에도 학대를 받을까봐 불안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닭장에 넣어 봤지요.

낯선 환경에 불안한지 꽥꽥 울어대며 내가 있는 쪽으로 오더라고요.

내가 구제해 주지 않으니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다가

한쪽 구석에 숨듯이 자리 잡는 것을 보고는 밭에 올라가 버렸지요.

 

그런데 한 시간쯤 후에 내려와 보니 닭장에서 난리가 났어요.

오리새끼가 닭에 접근하면 수탁도, 병아리를 보호하는 앙칼진 암탉도

무서워서 꾹꾹꾹 소리를 내며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거예요.

어미 오리들도 오리새끼가 접근하면 정신없이 도망치고,

오리새끼는 재미있는지 계속 쫓아다니고....


순식간에 닭장 안을 평정하고 금방 서열 1위에 등극하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지요. 

세상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오리새끼 울음소리가 어미오리와는 달리 소프라노처럼 주파수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색깔도 노란색으로 저희들과 다르고 울음소리도 다르니 아마 독수리새끼 쯤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새로운 것, 미지의 동물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방금 전에 나가서 살펴보니 어미오리들이 잠자던 곳에 오리새끼가 앉아 있고

어미오리들은 무서운지 멀찌감치 떨어져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운오리새끼가 털갈이를 해서 어미오리와 같은 색으로 변하기 전까지는,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계속 왕 노릇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걸 두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하나요.

아니면 호가호위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