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슬한 가을 산

백수.白水 2014. 11. 12. 19:07

 

음양오행설에서 봄은 , 여름 , 가을 , 겨울은 에 배정하고 사계(四季)의 토용(土用, 또는 土旺토왕)이라 하여 계절과 계절사이의 환절기에는 를 배정한다.

따라서 일 년에 4차례의 의 계절(환절기)이 있는데 후한(後漢)의 역사가인 반고(班固)가 처음 각 계절의 끝부분에 약 18일씩의 토용(土用)을 배속시키게 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春夏秋冬이 춘분(321)  하지(621)  추분(921)  동지(1221)로 시작되나

태음력에서는 입춘(24)  입하(55)  입추(87)  입동(117)에서 시작된다.

 

이에 근거하여 가을과 겨울사이의 土用의 기간을 대략 따져보면

태양력으로는 12/312/20일이 되고, 태음력으로는 10/2011/6일이 되는데,

나라와 지방에 따라서 제각기 부합여부가 다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두 가지 다 맞아 들질 않는다.

 

내 생각으로는 차라리 春夏秋冬을 봄(3-5), 여름(6-8), 가을(9-11), 겨울(12-2)로 보는 것이 더 나을듯하다.

그렇게 한다면 겨울의 시작은 121일이 되고, 대략 11下半月11131130일까지가 가을과 겨울사이의 土用이 되니 이 방법으로 계산함이 더 적절해 보인다.

 

또한 土는 방위로는 중앙이며, 한편으론 사우(四隅) 즉 네 귀퉁이가 된다.

 

오늘새벽 살짝 비 뿌리고 가더니 강을 타고 북서쪽에서 올라오는 소슬바람이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하늘로 몰아 올리며 종일 사람을 으스스하게 만든다.

지금은 가을이 겨울로 가기위해 산모퉁이를 돌고 있는 土用의 기간!

무릇 변혁의 시기에는 이렇게 음산하고 어수선하며 평지풍파가 일어 혼란스러운 법이다.

 

들판은 황량하고 낙엽 진 산길은 허허롭기 그지없다. 혼자서 감악산에 올랐다.

풀과 나무가 우거져 비집고 들어설 수 없었던 울창한 산,

이제는 스스로 누렇게 잎을 말려 몸집을 줄였고 그마저 낙엽으로 내려놓았으니 훤히 시야가 트였고 사람과 짐승이 편히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아야 비로소 남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자연에서 배우는 이치다.

 

나는 쓸쓸한 가을 산을 좋아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가끔씩 화려함속으로 끼어들었지만 그때마다 밀려드는 고독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쓸쓸한 산! 그 속에 나 있어  산과 내가 하나 되었고, 둘이서 몇 시간 동안이나 고독을 나눴으니

춥지도 외롭지도 않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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