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멧돼지 고기를 먹다.

백수.白水 2011. 6. 14. 22:40

 

음력으로 열사흘 날인데

감악산 정상에 높이 솟아오른 달이 보름달처럼 둥글고

낮의 열기를 식히려는 듯 옅은 달무리가 졌다.


오늘도 여름날 한번 제대로 화창하고 따끈했다.

아침 식전, 전에 띠워놓은 줄에 고추를 한포기 씩 묶어서 고정시키는 작업을 했고

식사 후 지하수 수도꼭지에 호스를 길게 연결해 밭으로 뽑아 올렸다.

극심하지는 않지만 가뭄이 계속되니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조와

들깨모종에 당분간 물을 줘야한다.


어제 아내가 적성면 아는 친구한테서 멧돼지고기 다섯 근을 얻어왔다.

시골생활 5년차가 되니 내왕하는 친구가 제법 생겼는데 사냥을 즐기는 남편이 잡아온 거란다.

시골이라고 해서 이런 고기 쉽게 구해서 먹는 것도 아니다.

귀한 것 생겼으니 점심에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을 초대했다.


‘개혀?’에서 소개한 임진강 건너 연천군 백학의 임사장 부부.

‘불편한 친구’에서 소개한 앞집의 맹사장. 돼지농장 이사장.

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부부를 초대했다.

 

지상파방송사기자로 미국파견생활을 오래하다가 작년에 은퇴하고

금년 봄에 용감하게도 앞산기슭에 2,000여 평의 블루벨리농장을 새로 조성했다.

애들 셋 모두 미국에 있고 부부가 농사일을 하니 나와 같은 처지.

교하에서 출퇴근하며 열심히 일을 하는데 처음 시작한 농사로 매사고생이다.

농촌생활의 선지자로서 내가 안내하고 도울 일이 많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도 멧돼지고기는 처음이라고 좋아한다.

마당 평상에서 더위가 수그러드는 5시까지 막걸리를 나눴다.

대화는 내가 자꾸 제지를 하는데도

말 많은 맹사장이 시종 거의 독점해버리고....

 

 

멧돼지고기는 육질이 질기므로 잘 삶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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