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늘아침 팥을 이름 졌다.

백수.白水 2011. 6. 11. 11:38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를 열하루 남긴, 초여름의 아침나절.

모처럼 흐렸던 하늘이 활짝 개니 날씨한번화창하다.

유월의 햇살이 따가우니 들판에서 일하는 농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팥을 이름 졌다’

옛날 고향에서 아버지도 ‘이름 졌다’는 문자를 많이 쓰셨는데, 이곳에서

환갑의 나이를 훨씬 넘어선 박씨아주머니가 자기네는 엊그제 ‘팥을 이름져버렸다’고 하니

생소한 말에 그게 무슨 말이냐며 우리 마누라가 배꼽을 잡는다.

나도 처음에는 팥을 심었다는 말임에 틀림없는데, 作名(작명)도 아니고 왜 졌다고 하나 궁금했지만

생각해보니 ‘졌다’는 말은 ‘지웠다’의 줄임말이란 걸 금방 생각해냈다.

앞으로 해야 될 일의 목록 중에서 팥 심는 일은 이제 지워버렸다는 말이니

나름대로 재미있고 정겨운 우리말이 아닌가.

 

유월 안으로 녹두와 들깨 심는 일을 이름 지으면 심는 일은 모두 마무리된다.

앞으로 풀 좀 뽑아주고 병충해를 조금 예방해주면 그 다음부터는

하늘이 알아서 키워주고 열매를 맺게 해줄 것이니 자연의 섭리와 위대함을 매일 매일 느끼며 산다.

제아무리 발버둥친다 한들 자연의 이치와 현상을 거스르고는 농사도 세상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겸손한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다.

일하고 사진 올렸으니 이제 낮잠이나 한숨 잘 일이다.

 

 

아침식탁. 잔칫상이 아니고 매일 이렇게 진수성찬이다.

쌀, 고기, 생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가 생산, 열 가지 쯤의 잡곡을 넣은 잡곡밥에

제철에 나는 채소를 먹는다. 우리는 먹는 것은 최고로 먹고 산다며 서로 자화자찬한다.

 

밭에 심은 참외

 

비닐하우스에 심은 호박.  일주일 쯤 있으면 따먹를 수있다. 

 

 

오이는 자고 일어나면 큰다. 3일전 부터 따먹기 시작했다.

 

한우농장에서 받아놓은 쇠똥. 한 2년 쌓아 두었다가 거름으로 사용한다.

 

양배추. 벌써 배추나비가 날아다니며 알을 낳으니 애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이 보인다.

 

토마토. 10포기 심었는데 둘이 먹기에 충분하고

 

강남콩은 벌써 예쁜 꽃을 피웠고

 

완두콩은 꼬투리가 맺혔다.

 

봄배추

 

수박

 

열무김치용 열무

 

참외

 

머위밭

 

참깨밭

 

검정색 옥수수. 여름방학때 쯤 딸 수있다.

 

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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