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강렬한 햇살에
반팔티셔츠로 노출된 팔뚝이 아리다.
비닐하우스는 온실효과로 말 그대로 찜통.
하루에 두 번 물을 주지 않으면 채소는 금방 비실거린다.
갈아엎은 밭에는 잔바람에 흙먼지가 일고
오리와 닭이 할딱거린다.
햇볕 많이 받으려 스스로 제 잎사귀를 넓게 벌려 키운 호박잎은
펄펄 끓는 가마솥의 증기에 찐 듯 힘없이 수그러들고
아직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 들깨 모는 끝에서부터 까맣게 타들어 간다.
씨앗 발아의 3대 요건은 온도, 수분, 그리고 공기.
나는 항상 서둘러 심으니 지난번 비에 콩이 싹을 틔웠지만
파종적기를 골라서 심은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작년에는 가뭄으로 그 넓은 콩밭에 비닐호스를 연결해
3일간 물을 줬는데 그 다음날부터 비가 내렸다.
이런 걸 두고 날궂이라 한다.
어제는 리어카에 물통 싣고 올라가 들깨 모와
새 뿌리 내리지 못해 말라 들어가는 조에 물을 주었는데, 저녁에 빗발이 비쳐
나의 날궂이가 기우제보다 낫다고 좋아했더니 웬 걸 땅바닥을 적시지도 않았다.
그래도 물을 뿌린 약발이 하루는 가는지 오늘은 제 모습을 찾았다.
오늘 저녁때 시원해지면 물 호스 빼 올리고 본격적인 날궂이를 시작할 참이다.
내방식의 나만의 기우제!
요놈의 호박잎 좀 봐라.
수그러든 머윗대
조금 기운을 차린 조
들깨모도 제 정신을 차렸다.
우리 밭의 콩은 싺이 나왔지만
옆집 밭은 아직 기미가 안보인다.
날이 하도 더워서 전곡 백학면의 냉면집으로...
추억의 하얀고무신을 신고 다닙니다.
손을 올려도 내려도 폼은 엉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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