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개 · 재 · 티 』와 『嶺(령) · 峴(현) · 峙(치)』

백수.白水 2015. 12. 20. 10:54

 

등산을 하면서 고개를 생각한다. 고개는 어려운 고비인 동시에 한편으론 꼭대기 곧 정상이기도 하다.

높은 곳을 넘어가는 지형을 가리키는『고개 · 재 · 티 』가 있고 한자어로 『嶺(령) · 峴(현) · 峙(치)』가 있다.

 

 

 

무너미(무넘이)

 

 

우리 고향마을의 행정명칭은 금산군 남일면 마장리인데 비모골(虎眉洞) · 서드실(三台洞) · 무내미(馬壯里) 등 3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무넘이(무너미)' 계열의 지명은 전국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한다.

 

'넘는다'는 말로 쓰이는 '너미'는 '넘다'라는 말에서 나왔다.

물이 넘으면 '무너미'이고, 수레가 넘어가는 높은 고개는 '수레너미'가 된다.

 

'무넘이(무넘기)'의 사전적 의미는 「논에 물이 알맞게 고이고 남은 물이 흘러넘쳐 빠질 수 있도록 만든 둑. 봇물을 대기 위하여 만든 둑」이라고 되어있다.

물넘이 · 무넘이 · 무너미 · 무네미 · 무나미 · 무내미 등으로 변음되며 여러 지명으로 사용되었고, 소리를 담은 문암(文岩), 뜻을 담은 수유(水踰) 등의 한자지명으로 쓰이기도 한다.

 

 

수레너미고개(車踰嶺) 수레고개(車嶺)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수레너미고개'가 있다.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거미울에서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로 넘어가는 길에 위치한 고개인데 임진강으로 들어가는 '늘로천'이 이곳에서 발원한다.

 

'수레너미고개'는 차유령(車踰嶺)이라는 한자지명으로 쓰이기도 한다. 차령산맥()의 차령(車嶺)이나 차현(車峴)은 우리 말 '수레고개'에서 나온 한자지명이다. '수레고개'는 원래 ‘높은 고개’라는 뜻의 '수리고개'가 시간이 흐르면서 '수레고개'로 변했을 것이다.

 

머리꼭대기를 뜻하는 신체어 '정수리'는 <頂 + 수리>의 합자로 '頂'은 머리, '수리'는 꼭대기임을 쉽게 알 수있다. 전국에 산재한 수리봉의 지명유래를 보면 거의가 산의 형상이 매를 닮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어원은 높은 봉우리라는 의미의 '술, 수리'에서 온 것이다.

 

 

티와 ()

 

아산시 염티읍(塩峙-) · 부산 사하구 대티동(峙-)과 같이 조선시대 중기 발음인 '티'가 구개음화현상으로 '티 → 치'로 변하면서 나중에 한자를 빌려와 峙(고개 치 / 우뚝설 치)로 적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구개음화란 'ㄷ, ㅌ'이 'ㅣ'모음을 만나 'ㅈ, ㅊ'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위에 적은 것처럼 '티'가 구개음화를 일으켜 '치'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한자어 峙가 먼저 도입된 후, 그 새김(訓)이 (듕귁 → 즁귁 → 즁국 → 중국)의 발음변화에서 보는 것처럼 '고개 티'에서 나중에 '고개 치'로 바뀌었는지...

어느 쪽이 먼저인지 그 어원을 확인할 수 없다.

 

 

고개 ·· 峴(현) · 嶺(령)

 

가장 흔히 쓰이는 말이 고개다. 고향마을에서 소나무가 많은 '솔고개'

 

뒷산을 넘어 타동네인 더덕골로 넘어가려면 '더덕골재', 내나골로 가려면 '질마재'를 넘어야 한다.

‘길마’는 소나 말의 등에 얹는 안장이다. ‘질마’는 ‘길마’가 구개음화가 안 된 상태로 굳어진 것인데 안장처럼 편안하고 나지막한 고개를 '질마재'로 불렀다. '질마재'를 한자화 한 지명이 안현(鞍峴)이며 등산지도에서는 대개 안현(鞍峴)을 안부(鞍部)로 표시하고 있다.

 

대관령() 한계령(嶺) 미시령(嶺) 등 큰 고개에는 嶺(령)이 붙은 곳이 많다.

 

 

 

 

 

 

 

 

 

 

 

 

 

차령산맥() 명칭유래

 

차령산맥()은 차령과 산맥으로 나뉜다. 차령은 다시 차()와 영()으로 나뉜다. 백제어에 산봉우리를 뜻하는 말로 ‘*술()’·‘*수리[]’·‘*수니()’가 보인다. 그리고 중세 국어에서는 ‘수늙[]’이 보인다. 『삼국사기()』를 살펴보면 이들이 주로 중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미루어, 고대 한반도 중부 지역에서 기원한 백제어 지명으로 여겨진다.

'비풍군본백제우술군() 음봉현본백제아술현() 황원현본백제황술현()'[『삼국사기』36]/ '술이홀현일운수니홀()'[『삼국사기』37]/ 녁 수늘게 구루미 나니 西ㅅ녁 수늘기 하야



고[『남명()』하 19]/ 묏봉오리 봉()[『자회()』상 3]

그런데 술은 후부 요소뿐만 아니라 전부 요소로도 사용된다. 그리고 술 외에도 수레·수리·수·사리 등으로 나타나, ‘봉우리’나 ‘높다’로 해석된다. 차령의 차도 술과 관련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술의 변화형인 수레를 차()로 오해하여 그렇게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정이 사실이라면 차령은 술고개나 변화형인 수레고개를 한자로 옮긴 것이고, 그 뜻은 ‘높은 고개’로 해석된다. 고구려와 백제의 옛 지명에 영()·현()계 지명이 여럿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고개도 일찍부터 지명에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현대 지명에서 ‘고개’계 지명은 매우 생산적이어서, 고개·오개뿐만 아니라 재·영·치()·현도 빈번히 사용된다. 이들 중 치는 티로도 나타나는데 티가 월등히 많다. 그리고 이들은 고개 이름에 주로 붙지만, 마을을 포함한 기타 지명으로도 전용되고 있다.

‘고개’계 지명은 유의 중복 어형도 발견된다. 꽃재고개·병마재고개·산막재고개·장판재고개·족박재고개·진재고개 등은 재와 고개가, 달티고개·말티고개·메리치고개·살티고개·삽티고개·새티고개·시어티고개·열티고개·염티고개·이티고개·작은하티고개 등은 티와 고개가, 삼령고개[고개]는 영과 고개가 중복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재·티·영 등은 고개라는 본래의 뜻이 약화되었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유의어인 고개를 중복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놀치재·수티재·이티재 등은 치와 재가 중복되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고개를 뜻하는 지명의 후부 요소는 사용 빈도 면에서나 유의 중복 면에서 영·현·치〈재〈고개 순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 한자어보다는 고유어가, 고유어 중에서도 고개가 가장 우세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출처: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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