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4(화)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해마다 이맘때 벼를 벨 때쯤이면 가을비가 많이 내리고 때로는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는데
오늘은 아마도 제주를 지나 남해로 북상하는 태풍 차바의 영향일거다.
오늘도 앞산인 덕숭산마루는 운무에 싸였다.
때때로 구름과 안개와 서기(瑞氣)가 흐르며 신비감을 더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올려다보는 저산 너머가 늘 그립다.
빤히 보이는 큰 봉우리아래에 정혜사가 있다.
전국에 정혜사라는 이름의 절이 너무 많아 절 이름 앞에 관형사처럼 산 이름을 붙여줘야 주소가 된다.
'덕숭산 정혜사'라고 해줘야 구별이 된다는 말이다.
일 년에 두 차례 하안거(음력 4월 보름 - 7월 보름)와 동안거(음력 10월 보름 - 정월보름)기간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는지라 보고 싶다고 아무 때나 올라가면 허탕 치기 십상이다.
집에서 걸어서 정혜사 뒷봉우리 - 덕숭산정상 - 정혜사로 갔다가 수덕사는 둘러보지 않고 상가구역으로 내려와 동동주 마시는 걸로 마무리했다.
올라가다 내려다본 우리 동네와 뒷산, 저 뒷산이 서산 해미면과의 경계가 된다.
산길에서 만난 야생감나무에 호두알 남짓한 감이 열렸다.
누가 먹고 버린 감에서 싹이 터 자란 것으로 보이는데... 왜 고염이 되지 않았을까?
정혜사 뒤 봉우리에서 본 우리 동네
...본 덕숭산 정상
옆집인 가야산노블레스펜션 부부와 동행
팥배나무열매
가야봉과 원효봉(오른 쪽)
온천지역인 덕산시내가 보인다.
집에서 볼 때 가장 높은 곳으로 보이는 정상의 통신중계탑
정혜사로 들어갈 수 있는 일광문(日光門), 문은 열려 있는데 하안거(夏安居)가 해제 되었는데도 문 옆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놓여있어 긴가민가하여 조심스레 발을 들여 놓았다.
산사 어느 곳에도 인적이 없고 고요하고 적막하다. 유일하게 본전인 관음전에서 청소를 하는 하얀 구절초처럼 청초한 미모의 여인네를 만났다. 오른쪽 옆문으로 살포시 뒷모습이 보인다. 서른이 되었을까말까...잠시 이곳에 머물면서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둘러봐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된단다.
정혜사는 수덕사와 함께 559년(법왕 1)지명법사(智明法師)가 창건하였으며, 창건 이후 많은 고승대덕들이 수도한 곳이나, 중창 및 중수의 역사는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1930년만공선사(滿空禪師)가 중수한 이후 사세(寺勢)가 크게 확장되었다. 그가 이 절 선원(禪院)의 조실이 된 이래 문하에 100여 명의 승니(僧尼)가 따랐고, 현대의 불교계를 움직인 고승들을 배출하였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관음전을 비롯하여 수도본전(修道本殿)인 능인선원(能仁禪院) · 산신각 · 불유각(佛乳閣) · 주지실·요사 등이 있으며, 그 중에도 정혜사의 현판이 걸려 있는 선원은 고색과 무게를 갖춘 당우이다. 또한, 깨끗한 정원의 구석에는 바위가 있고 그 위에 작은 2기의 석탑이 나란히 서 있어 쌍탑(雙塔) 또는 남매탑(男妹塔)이라고 하나 유래 및 연대 등은 알 수 없다.
소박한 경내는 군더더기 없이 다소곳하고 정갈하다.
구절초의 가을향기가 가득하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절 뒤 능선에 늘어선 육송들이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산사를 두르고 있다.
절 아래 수덕사로 펼쳐지는 정경은 그 얼마나 시원스러운지...
참 좋다. 이렇게 좋은 곳은 처음이다.
일 년에 반을 하늘아래 산속 깊은 곳에 감출만하구나.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탄성을 자아낸다.
뒷산이 만산홍엽으로 붉게 타오를 때는 또 그 얼마나 환상적일까.
자주 올라오자고 서로 다짐하며 오랜 시간 머물렀다.
정혜(定慧)란 불교용어로 선정(禪定)과 지혜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선정(禪定)이란 한마음으로 사물을 생각함으로서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정지하여 흐트러짐이 없음을 뜻한다고 하니 주로참선수행을 지향하는 절에 정혜사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규진(金奎鎭, 1868년 ~ 1933년)의 호는 해강(海崗)으로 남평(南平) 출신이다. 중국에 유학가서 진∙한∙당∙송의 명가의 진적을 연구했다. 귀국후 영친왕의 스승과 시종장을 하였다 각 서체에 통달하고 묵란, 묵죽 등 묵화에 뛰어났다. 창덕궁 희정당(熙政堂)의 산수벽화를 그렸다.
견성암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능인선원과 정혜사로 올라가는 길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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