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2(수)
시월상달 서늘한 기운에 하늘은 푸르러 더욱 높고 산과 들엔 가을색 완연하다.
오늘은 덕산도립공원 가야산 행.
이곳으로 내려온 3월부터 눈독만 들이다가 7개월만의 결행으로 등산이라기보다는 길을 익히기 위해서
가야봉과 원효봉 사이의 “회목고개”까지만 가보자는 심산이었으나, 간 김에 가야봉까지 올랐다.
산정상부에는 KBS, TJB, KT 3사의 원효봉중계소가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45번 도로 대치2리 ‘계곡파크’에서 정상까지 자동차가 올라 다닐 수 있는 시멘트포장길이 잘 정비되어있다.
자동차길은 꼬불꼬불 사행(蛇行)길, 이 도로의 위쪽(지도상 왼편) 산 일대에서는 산양삼(山養蔘)을 재배하기 때문에 길을 이탈하여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로는 전혀 없다.
이번에 알았지만 등산길은 산의 南쪽인 ‘대치리’쪽에서는 없으니 산의 東쪽인 상가리의 남연군묘에서 출발해야한다.
계곡파크를 출발하여 도로를 따라 회목고개까지 올랐고, 회목고개로부터 정상까지 1km는 등산로를 탔다.
길을 익히기 위해서 하산은 정상에서부터 도로를 이용했고...
또 하나, 위 지도의 나분들고개 - 뒷산 - 한티고개 - 가야봉으로 이어지는 登路는 지금도 이용가능한지 검증이 필요하다.
집에서는 대나무 숲에 가려 꼭대기만 아스라이 드러나는 가야산
덕산에서 서산해미로 가는 45번 도로, 길 오른쪽에 계곡파크(모테)가 있고 그 옆에 노루목을 표시한 이정표가 있다.
내가 가고자하는 가야봉과 원효봉 사이의 고개는 어느 지도나 이정표에도 그 이름이 없으니, 노루목이 어느 곳을 지칭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여튼 노루목표시를 따라서 들어가야 한다.
탐스러운 감이 주렁주렁, 감골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집집마다 누런 감이 푸지다.
대치2리 마을회관에서 원효봉중계소로 올라가면 된다.
회목고개
늘 궁금했던 저 고개, 저 고개 너머에 상가저수지가 있고
그 아래로 천하의 명당으로 알려진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묘’가 나온다.
남은들상여는 아마도 저 고개를 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 고개에 이름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름을 잃어 버렸을 것이다.
고갯마루에 헬기장이 있어 지금은 헬기장으로 지칭하는 곳,
안내표지판이나 등산지도 어디에도 이름이 없다.
집에 와서 그 동네사람에게 알음알음해보니 예전에는 회목고개로 불렀다고 한다.
맞다. 저 고개를 화목고개로 불러 줘야한다.
그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
“회목”은 순수한 우리말로 손목이나 발목의 잘록한 부분, 강이나 길이 꺾여 방향이 바뀌는 곳을 말한다.
또한 산에서 긴등이 뻗어나가다가 잘록해진 곳,
즉 고개를 말할 때 ‘회목고개’라는 이름으로 많이 쓰였다.
목은 어떤 것이 갑자기 잘록해진 부분이다.
몸통과 머리를 연결하는 목이 그렇고, 발목과 손목 팔목이 그러하다.
손과 팔이 이어진 부분을 팔 쪽에서 보면 팔목이고, 손 쪽에서 보면 손목이다.
목과 구별하기 위하여 손목의 잘록하게 들어간 곳은 손회목이라 하고,
발과 다리 사이의 잘록한 부분은 발회목이라 한다.
우리 전통놀이 중에 손목을 잡고 겨루는 ‘회목잡이’라는 놀이가 있다.
골목, 길목, 노루목에도 잘록하다는 의미로 목을 붙인 것이다.
근처에 있는 교보문고창업자 대산 신용호회장의 묘소는 둘러보지 못하고 고은 시인이 쓴 추모의 글만 읽어보고 올라갔다. 전남 영암출신인데 이곳에 묻힌 연유는 잘 모르겠다.
콩잎에 노란 단풍이 드니 이 또한 아름답다. 덕숭산이다.
우리 동네의 남은들(너븐들)고개가 보인다.
취나물꽃
꽃향유
꽃보다 곱다. 팥배나무 열매
회목고개
고개를 넘나드는 산들바람에 억새가 파아란 하늘을 향해 하늘하늘
회목고갯마루는 지금 헬기장으로 쓰인다.
헬기장에서 상가저수지로 내려가는 산길이 나있다. 옛님들은 등짐을 지고 이 고개를 넘나들었을 것이다.
이 산길이 저수지에서 가야봉을 오르내리는 등산로가 된다.
아직은 풋풋함이 더하지만 그래도 산색은 곱고 하늘은 맑다.
회목고개에서 1km 남짓 산길을 타고 정상으로 올랐다.
산길에서 만난 바위하나, 북극의 백곰을 닮았다. 내가 '백곰바위'라 명명한다.
바위산, 그리 험하지는 않으나 줄을 잡고 올라가야하는 구간이 꽤 길다.
등산길이 양주시 남면에서 감악산의 남쪽 사면을 타고 임꺽정봉으로 오르는 느낌과 아주 비슷하다.
원효봉과 그 아래 옥계저수지
옥계저수지 아래로 덕산시내와 황금빛 삽교평야가 펼쳐진다.
가야산정상(678m) 표지석, 실제로는 나중에 볼 중계소가 정상으로 생각된다.
산줄기는 석문봉(653m)에서 옥양봉(593m)으로 이어진다. 등산지도로 볼 때는 겁을 좀 먹었지만 막상 보니 가야산에서 석문봉과 옥양봉을 이어서 걷는 길도 괜찮아 보인다.
사진 왼쪽에 한서대학이 있고, 가운데 위에서 아래로 산수리 - 산수저수지 - 서산해미 - 그 뒤로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한서대학이 보인다.
상가저수지 아래 남연군묘가 있다. 저수지 뒤로 보이는 서원산(473.2m)에는 보덕사가 있다.
1871년(고종 8) 흥선대원군이 창건하였다.
흥선대원군은 당시 풍수지리가인 정만화(鄭萬化)가 가야산 옥양봉 남쪽 기슭에 있던 가야사 자리를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자리’라고 하자, 1840년(헌종 6)에 가야사를 부수고 자신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쓴 바 있다.
그 뒤 흥선대원군의 아들이 1863년 고종으로 등극하자 묘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보은의 뜻으로 절을 짓고 벽담(碧潭)을 주지로 삼았다.
정상에서 철조망을 오른쪽으로 끼고 300여m 산길을 돌아 중계소로 왔다.
원효봉은 회목고개를 지나서 나오는 605m의 봉우리인데 왜 이곳에 원효봉중계소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중계소에서 도로로 내려오면서 야생화를 보고 여러 방향에서 경치를 즐겼다. ( ↓ )
원효봉과 옥계저수지
앞에 보이는 큰 바위 뒤쪽으로 보이는 덕숭산, 도로 건너 오른쪽 삼각형으로 보이는 뒷산, 뒷산 뒤 약간 오른쪽으로 비껴선 삼준산.
가야산은 다부진 골격의 암봉이다.
가야산 뒤에서 약간 왼쪽으로 비껴선 홍성 용봉산
산부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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