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곧고 푸름은 절개(節槪)를 상징한다.
왜 마디 절(節)자를 썼을까.
아마도 마디가 있기에 대나무의 곧음이 유지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텅 빈속이 아무 쓸모없는 허(虛)함은 아니다.
속을 비워냄으로 힘의 근원인 기운이 가득 채워지는 것이다.
뜰 앞의 靑靑한 대밭 덕분에 우리 집 풍경은 사시사철 싱그럽다.
세찬바람에 댓잎우는소리가 얼마나 청량한지 모른다.
그렇다고 맑고 조용한 곳에서 산다하여 마음이 늘 고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가슴속에서 평지풍파가 일기도 한다.
부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기도 하지만, 제 스스로의 흔들림이 바람이 되기도 한다.
이 흔들림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비바람 치는 날의 대밭풍경을 본적이 있는가?
대나무는 절대로 바람에 맞서지 않는다.
바람의 세기에 비례해 땅바닥에 쫙 깔릴 정도로 제 몸을 낮춘다.
그러다가 바람이 자고나면 꼿꼿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절개가 곧지 않아서 그리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대나무의 흔들림에서 올곧지만 부드러워야 강하다는 자연의 이치를 배운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흔들림을 다잡고자 세밑에 수덕사를 찾았다. 늘 가던 가까운 코스가 아니라 돌아가는 길이지만 육괴정(六槐亭)이 있는 수덕고개를 넘어갔다.
산행코스도 늘 오르내리던 계곡코스(청색)나 광천리에서 오르는 코스(청색)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수덕사와 정혜사의 왼쪽 능선 길(적색)을 타고 올랐다.
다른 길로 걸어야 다른 모습이 보이고, 새로운 길을 걸어야 못 보던 것들이 보이는 법이다.
육괴정(六槐亭)에 정(亭) 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반드시 정자(亭子, 벽은 없고 지붕과 기둥만 있는 집)를 상정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육괴정은 정자가 아니라 느티나무 여섯 그루가 모여 정자역할을 하고 있는... 정자나무라는 의미로 쓰인다.
선(禪)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고
암자인 선수암
동백나무로 보이는데 잎이 변색되어 곱다.
능인선원은 정혜사에 있고, 견성암은 여승들이 수도하는 곳으로 여승당으로 불린다.
견성암에서 왼쪽 능선길을 잡는다.
앞에 있는 능선이 홍동산이고 뒤쪽이 용봉산이다.
홍성의 용봉산에서 몇 차례 보았지만 이곳 수덕산에서는 처음 보는 기암괴석으로 처음부터 대박이다.
이렇게 기묘한 바위들이 능선 길에 쭉 이어지니 세밑에 횡재를 한 느낌이다.
땅속의 화강암이 풍화를 받는 과정에서 미처 풍화되지 않은 암괴 즉 핵석이 노출되어 마치 탑처럼 쌓이거나 흔들바위형태를 하고 있는 것을 토르(tor)라 한다.
비석하나 세워졌던 자리로 보인다.
비석의 덮개돌 모습의 바위
거북등껍질처럼 갈라진 바위
바위 밑 부분이나 측면에 암굴형태(감실모양)로 구멍이 파인 것을 타포니(tafoni)라 한다.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을 닮았다하여 문수바위로 불린다.
화엄경에서 문수보살과 함께 삼존불의 일원인 보현보살을 닮았다하여 보현바위라 불려진다.
벌집처럼 생긴 구멍형태의 이 타포니는 역암(礫岩 자갈돌: 자갈이 점토·모래 등과 섞여 굳어진 암석)으로 된 암벽이 동결과 융해를 반복하면서, 자갈성분의 암석이 수직암벽에서 떨어져 나가 크고 작은 구멍들이 생겨난 것이다.
왼쪽으로부터 수덕사주차장과 오른쪽으로 사천리가 이어지고, 앞을 막아선 홍동산과 그 뒤로 백월산이 보인다.
홍동산 뒤로 용봉산
삼준산
뒷산
가야봉과 회목고개, 원효봉
뒷산, 광천1리(남은들, 너븐들)
능선아래쪽으로 동안거에 든 정혜사가 깊숙이 숨어 있다.
팥배나무에 아직도 붉은 열매가 매달려있다.
홍성시내
멀리 천수만이 석양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수암산과 삽교평야
용봉저수지와 고개 너머로 내포신도시.
사진 맨 뒤 중앙으로 보이는 봉수산(백제부흥군이 주둔했던 임존성)
천수만 간월도 쪽
사진 오른쪽으로 홍동산, 그 뒤로 백월산, 맨 뒤에 구름처럼 희미하게 높이 솟은 오서산.
내려오면서 다시 광천1리
내려다보이는 수덕사
오리나무 마른열매가 이렇게 생겼는데...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다.
봄도 아닌데 파란 열매가 다자라 마른열매와 공존하는 건 무슨 조화속인지...
어렴풋이 아련하다. 천수만..서해바다
절터가 있던 곳으로 보인다.
어찌 전각안의 금불만이 영험하다던가. 산길에서 만난 기암괴석 하나하나가 미륵불이요 보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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