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창문을 열어놓고 잠이 드는데 한기에 오싹 잠이 깨면 오밤중이라서 밤잠을 자주 설친다.
가을이 성큼성큼 저만큼서 큰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따지고 보면 말 같지 않은 말이지만 장마도 아닌데 비가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한다.
벌써 며칠 째인지 헤아리기 어렵도록 여러 날 길게 이어진다.
어제는 동네예보가 하루종일 비가 올 것이라 했는데
아침부터 하늘이 맑게 개이고 빗물을 흠뻑 먹어 울울한 산천초목은 씻은 듯이 말쑥하다.
수덕산정상의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
가을에나 몇 차례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풍경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느낀다.
요샛말로 ‘심쿵’이라던가.
저산에 오를까... 말까?
가슴이 콩닥콩닥, 앉았다 일어섰다 한참을 안절부절,
아내의 호응이 시원찮아 결국은 소심하게 다음으로 패스하고 말았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라니,
누가 어떠한 수사로 이 짧은 한 구절을 뛰어넘을 수 있겠는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는 이 말은 또 어떠하고...
떠나가신 애절한 님들,
멀리 헤어져 보고픈 얼굴들...
가을로 갈수록 절절한 그리움이 서리며 하늘은 더욱 눈부시게 푸르러질 것이다.
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벌소탕작전 (0) | 2017.08.18 |
---|---|
하늘 구름 별 (0) | 2017.08.18 |
작은-것을-사랑-하며 살-터이다. (0) | 2017.08.15 |
여름휴가 시골풍경. (0) | 2017.08.10 |
당아욱이 꽃을 피웠다. (0) | 2017.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