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7.(토요일)
다른 집들은 아직인데 나의 가을걷이는 벌써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규모가 작은 텃밭농사라서 그렇고, 또 다른 원인은 내가 좀 서두르는 성격이라서 남들보다 조금씩 일찍 심은 탓이 크다.
오늘 들깨를 수확했으니, 며칠 후에 댓 고랑쯤 되는 콩나물 콩을 꺾어 털고, 마지막으로 11월 중·하순경에 김장을 하면 금년 농사는 모두 마무리된다.
가을의 하루해가 무척 짧다.
오후3시 반쯤이면 앞쪽 데크에 그늘이 지고,
5시가 되면 앞마당에도 해가 꼴까닥 날이 저문다.
농사꾼들은 알고 있지..
가을날 잠깐의 햇볕이 얼마나 아쉽고 소중한지를...
말려야하는 것들은 모두 잔디밭으로 끌어내리고 밭에서 들깨를 끌어 올렸다.
1시간 30분이나 되는 황금 같은 햇볕을 받아들이기 위함이다.
황금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가을.
싸리광주리에 황금이 담긴 듯 절간고구마가 보기도 좋다.
어쩌다보니 타작마당이 빨강·노랑·파랑의 삼원색으로 물들었다.
도토리도 둬 됫박 갈라서 말리는 중이고...
생각지도 않던 황금고구마이삭을 4자루나 주워온 덕분에 이 가을이 더욱 풍성해 졌지만,
재물이 들어온 만큼 마음이 번거롭고 몸은 고되다.
고구마를 씻고 다듬고 쪄서 햇볕에 꾸들꾸들 한 이틀 말려야하는데... 많은 공과 품이 들어간다.
하루에 한번 씩 오늘까지 세 차례 쪄냈는데 내일 한번 더 쪄야한다.
고구마가 생기지 않았다면 하지 않아도 될 일들,
뱃속을 가득 채우지 말아야 옷이 꽉 끼지 않아 자유롭지 않던가.
생것으로 아들네 한 상자와 옆집 펜션에 한 양푼을 덜어냈는데도 넘친다.
살아가면서 좀 부족한 듯해야 몸과 마음이 여유롭다는데로 생각이 미친다.
그러나 독야청청하다고 늘 푸른 것이 아니라는 여공스님의 말처럼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는다는 것이 어디 말처럼 그리도 쉽고 말랑말랑한 일이던가.
2000년 5월14일, 500원짜리 슈퍼밀레니엄복권이 3등 2,000만원에 당첨되었던 뻥튀기 그 순간의 희열을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렇더라도 자꾸 덜어내자.
많으면 도리깨로 터는 데...
얼마 되지 않으니 그냥 막대기로 때려서 턴다.
털고 난 다음 한곳으로 모아
마른 이파리를 걷어낸다.
체로 치고 키질을 하는 등 정선작업을 해야 한다.
요즘은 키질보다 선풍기로 날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나는 도리깨질과 키질을 할 줄 아는 농사기술자이고, 아내는 그걸 못하니 평생 내 조수다.
따라서 농사에 관한한 내가 큰소리를 치는 것은 당연시 된다.
제대로 정선을 하면 한 말가웃이나 될까.
먼지가 쌓여 태산을 이루듯 눈곱만한 깨알이 모여서 10kg이나 되다니...
왕년에 한 가마 넘게 수확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이지만 이게 어디 거저 되는 일인가.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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