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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타다. [ 서산목장 – 개심사 - 용유지 龍游池 ]

백수.白水 2017. 10. 1. 08:01

2017.09.30()


찬바람 불기시작하면 갈대 스치는 것처럼 가슴이 서걱거리고

낙엽이 하나둘 떨어 질 때는 왠지 슬프고 눈물이 난다거나...

가을을 탄다는 말인즉슨 가을이 오면 이렇게 가을 병이 도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인데...

 

청초한 여인의 모습으로 흔들리는 코스모스처럼

목장 길에서 산들거리는 수크령처럼...

소슬한 가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가슴이 어디 있다든가.

 

가을! 이 가을은

가슴앓이가 아니라 타는 계절이다.


파도를 타고∼∼

산과 바위를 타고∼∼ 

버스타고 기차타고∼∼

소슬한 가을바람을 타고∼∼

코스모스 한들한들 자전거를 타고∼∼

한가위달빛에 흐르는 피아노 선율을 타고∼∼


나는 한적한 곳을 찾아 쏘다니는 편이라서 서산목장 - 개심사 - 용유지로 한 바퀴 휘익 돌아왔다.



서산목장은 1969년에 운정(雲庭: JP 김종필金鐘泌)장학재단의 삼화목장으로 출발하였다.

조선시대 12진산(鎭山)의 하나였던 상왕산의 숲을 베어내고 거의 통째로 개발한 약 200의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목장이다.



1980년 전두환 정권 당시 부정축재재산의 환수로 지금은 농협 소유가 되었으며, 명칭도 삼화목장에서 서산목장을 거쳐 농협가축개량사업소가 되었다.

 

  

60여만 평의 광활한 초지가 펼쳐지는 목장은 운산면 곳곳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드넓다.




초지에 억새와 고사리가 무성하다. 사람들은 초지(사료작물)만 그림같이 새파랗게 자라주길 바라지만 식물은 서로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이것이 자연이고 섭리 아니겠는가.

 


고마리. 8, 9월에 흰색 또는 연분홍의 꽃을 피운다.

보잘 것 없이 작지만 함께 모여서 꽃을 피우니 아름답다.

마지막 남은 나비 한 마리 날아와 꿀을 탐한다. 삶이란... 애처롭다.



개여뀌! 보잘것없다고자를 붙였다.

하지만 토종은 질박하지만 아름답고 손길이 미치지 않아도 강하다. 사람도 대개 그러하다.




신창저수지(新昌-)의 여러 모습 <아래>


신창저수지는 개심사(開心寺)로 진입하는 길목, 서산목장 안에 위치한다.

저수지물은 물은 대교천을 거쳐 간월호로 흘러간다.










저수지를 건너는 자전거도로(인도). 나는 인공(人工)이 자연에 아름다움을 더한 본보기로 본다.



초지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서산 시내.



어떤 곳은 완전히 고사리 밭이 되었다.

소는 고사리의 독성에 면역력이 없기 때문에 고사리를 먹지 않는다.

덕분에 봄이 되면 이 일대는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로 꼭두새벽부터 북새통을 이루지.



찔레나무열매는 한방에서 영실(營實)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불면증·건망증·성기능감퇴·부종에 효과가 있고 이뇨제로도 사용한다고



목장 길 따라 산길 거닐며...



제주도 올레 길을 걸을 때 많이 볼 수 있는 소가 먹을 물.



개심사로 오르는 길 소나무에 귀티가 흐른다. 육송인가? 모르겠다. 바다가 가까우니 해송(海松)일수도...


개심사(開心寺) <아래>



백제의자왕11(651)에 창건되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개심사. 상왕산 개심사라 쓰여 있다.

현재는 가야산(伽倻山)의 북쪽의 한 봉우리(309.5m)를 상왕산(象王山)으로, 남쪽의 높은 봉우리(678.2m)를 가야산으로 부르지만, 고려 시대까지는 모두 가야산으로 불렀다.

 

무엇보다도 큰 자랑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개심사에서만 자생한다는 청()벚꽃이 아닐까 싶다.

청벚꽃에 더해 겹벚꽃까지 흐드러지는 봄날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진을 찍느라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사도 추석대목을 타는가... 공휴일임에도 가을색 곱게 내려앉은 경내가 조용하다.









 


















해우소가 아래위로 나란히 있다. 위쪽은 재래식으로 용변 후 낙엽을 한 움큼 던져 덮도록 개방되어 있고

    


아래쪽에 위치한 이곳은 개량된 수세식이다.



내포문화숲길을 이어서 걸은 것은 아니지만 一見해보니 이정표에 올라있는 서산 쪽의 독고개- 천장사연암산해미읍성- 가야산전망대- 일락사- 석문봉- 개심사- 백암사지- 퉁퉁고개- 보원사지- 마애여래삼존불상을 한번이상은 다녀왔다.





목장에는 억새의 세력도 아주 왕성하고



 

수크령이다. 수크령은 지금처럼 벼가 한창 여물어 갈 때 들녘 길가에서 흔하게 관찰된다.

목초지로 사용하다가 수년간 내버려두면 수크령이 번성하는 이런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처음에 외래어로 생각했으나, 그령을 암 그령으로 삼고 이에 대응하는 수컷그령이라는 뜻의 한글이름이란다.

그러나 같은 벼과식물이지만 속명(屬名)이 서로 다르다.

그령은 농로 한가운데 밟히는 곳에서도 살지만수크령은 주로 초지나 잘 밟히지 않는 길가에 산다.


수크령이란 이름이 있기 이전에 길갱이란 이름과 머리새(억새의 한 종류로 옛말|국어사전)라는 한글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요것이 추억의 풀그령'. 수크령에 대한 대응으로 그령을 암그령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순우리말이름인 그령은 글> 그르영> 그령의 과정을 거쳐 유래되었다고 보고 있다.

19세기 초 기록에서 늑초(굴레 , )그르영으로 번역되어 있다는 게 그 증거다.

 

농촌들녘제방이나 사람이 다닐만한 길목에 그령 한 다발을 새끼줄 꼬듯이 묶어 두면, 뒤 따라 오던 동무가 걸려서 넘어지게 된다. 그령 잎은 부드럽지만 질겨서 잘 끊어지지 않으니 사람이 넘어졌으면 넘어졌지 그령다발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수크령은 길가나 내버려진 초지(공동묘지, 목초지 등을 포함)에서 살며, 그령처럼 밟히는 곳에서는 결코 살지 않는다. 수크령 잎은 그냥 억세기 때문에 밟히면 세포조직이 부서지고 만다.

 


사료작물뿐만 아니라 수크령 억새 고사리에 귀화식물인 미국자리공까지 여러 식물이 군생한다.



초등학교 다닐 때 사방공사에 필요한 풀씨를 따오라는 과제가 있었다.

부피가 금방 불어나므로 이 풀씨를 많이 훑었었는데 지금은 그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아주 흔한 풀인데...



전에 가야산 석문봉에서 보원사지로 내려올 때 멀리 저 높은 봉우리를 지나왔는데 아마도 일락산(516m)이지 싶다.



목장 길 따라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가리는 나무가 없으니 전망은 좋다.



멀리 서산시가지.. 가까이는 서산운산면지역.. 바로 코앞에 용유지..



동고서저(東高西低) 충청남도 서해안에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평야지가 많으니 이곳 내포지방에는 저수지도 많다.



저 멀리 도비산이다.



도비산에 부석사가 있다.



목장곳곳에 이렇게 노란열매가 널려있다. 풀이 아니라 나무이고 줄기에 가시가 돋쳤다.

열매는 까마중처럼 말랑거리는 것이 아니라 가지처럼 단단하고 크기는 상수리만하다. 이름이 궁금했다.



목장의 정상부에서 싱싱한 줄기와 잎 그리고 꽃이 만개한 젊은 놈을 찾았다.

가지꽃과 100% 똑 같다. 가지과의 식물을 검색한 끝에 그 이름을 찾아냈다. 도깨비가지다.

 

가지과의 다년생식물로 북미원산의 귀화식물이며, 땅속줄기로 영양번식도 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퍼질 수 있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이다.

 

잎과 잎자루에 가시가 있고, 열매는 구슬모양의 장과(漿果,과육과 액즙이 많고 속에 씨가 있음 )로 지름 1.5cm 익으면 주황색이 된다. 1개체에 40-50개의 열매가 달리고, 열매 하나에 40-170개의 씨가 들어 있다.



어떤 이들은 이곳을 서산의 알프스라고도 하고...



나지막한 산과 황금평야가 어우러진 편안한 모습.



한우목장이지만 고깃소나 젖소를 방목하는 것이 아니라 가축개량을 위해 씨받을 소를 기르는 목장이다.

따라서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 소구경하기가 힘들다. 멀리 한 무리의 소떼를 끌어 댕겨 찍었다.



! 으악새 슬피 울 때가 다가온다.



미역취



산박하



이고들빼기



까실쑥부쟁이



마타리



용유지(龍游池) <아래>


이른 봄 풍경만을 놓고 보자면 전남 화순의 세량지, 경북 경산의 반곡지 등과 함께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빼어나다는 곳, 왕벚꽃이 만개하여 용유지에 반영될 때면 푸른 초원의 목가적인 풍경이 가히 몽환적이다. 이때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가축방역상문제로 출입통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단풍이 들어 더 고울 때 다시 또 보자.



용유저수지로 내려서기 전 메타세콰이어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