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겨울 버스를 타고...

백수.白水 2018. 12. 11. 20:26


자연계순환의 큰 틀 속에서 세상사 역시 유전하나니

우리네 인생사가 늘 고진감래(苦盡甘來) 호사로만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다시 감진고래(甘盡苦來)로 돌아가기도 하는 것이라

잘나갈 때 엎어짐을 경계하면서 몸과 마음을 삼가야 할 일이다.

 

낙향거사로 자적(自適)하는 몸이지만 동지섣날이 되니 가끔씩 서울 갈일이 생긴다.

아내와 둘이서 움직일 때는 자가용승용차를 이용하지만

나 혼자일 때는 주로 고속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로 시내를 이동하게 된다.




사람의 인생이란 마치 달리는 차창으로 다가서는 풍경처럼 우여곡절과 변화무쌍의 연속이다.

어둑한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터널이 나오고,

때로는 첩첩산중 숨 막히는 질곡이 계속되다가 한순간에 시원한 별천지가 나타나기도 한다.

어차피 표를 끊고 버스에 올라탔으니 종점까지 가야만하는 나의 길이다.

 

사람은 어디서든 여백이 있을 때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나 홀로여행, 혼자 걸어가는 길에서 온전한 자유를 누리며 나 자신을 만나고 대화를 하면서 갈 길을 묻는다.

  

 

    날이 차니 하늘이 맑고, 동트는 하늘에서 빛나는 샛별을 본다. / 새벽7시, 영하8.



쓸쓸한 겨울들판에서 <2014.12.11.>

 

바람을 타고 있는 매!

온몸으로 매서운 강바람을 맞는다.

시치미 뚝 떼고 죽은 듯 허공에 멈춰 떠있다.

 

매의 눈은 얼마나 예리한지...

매섭다.

일순간 수직낙하 하더니 먹잇감을 낚아채 오른다.

매몰차다.

 

쓸쓸한 겨울!

강 따라 허허벌판을 걷는 길

사람하나 눈에 띄지 않을 때가 많다.

천지간에 이렇게 덩그렇게 혼자라니...

 

그러나 외로워마라.

누구든 혼자가 되어야...

그래서 쓸쓸함에 촉촉이 젖어들어야

비로소 스스로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때부터 자신과의 솔직한 교감이 시작된다.

 

    




<12.9일 대관령스키장에서 곽영을 보냄>



마음에 담아 두지 마라

흐르는 것은 흘러가게 놔둬라.

 

바람도 담아두면

나를 흔들 때가 있고,

햇살도 담아두면

마음을 새까맣게 태울 때가 있다.

아무리 영롱한 이슬도

마음에 담으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이쁜 사랑도

지나가고 나면 상처가 되니

그냥 흘러가게 놔둬라.

 

마음에 가두지마라

출렁이는 것은

반짝이면서 흐르게 놔둬라.

물도 가두면 넘칠 때가 있고,

빗물도 가두면 소리내어 넘칠 때가 있다.

 

아무리 즐거운 노래도

혼자서 부르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향기로운 꽃밭도

시들고 나면 아픔이 되니

출렁이면서 피게 놔둬라.

 

    -  김정원의 시집,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 에서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청온탁(寒淸溫濁)  (0) 2018.12.23
메주 말리는 중  (0) 2018.12.15
메주를 만들다.  (0) 2018.11.28
반가운 얼굴들  (0) 2018.11.12
시하 국추지절(時下 菊秋之節)에  (0) 201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