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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5]골프용어 유래를 아시나요.

백수.白水 2019. 12. 21. 18:58

[골프 오딧세이-31]

 

아침에 차를 몰고 골프장으로 향하면서 간혹 궁금한 생각이 든다. 골프장 이름이 ○○CC인지 ○○GC인지 헷갈린다.

 

CC는 컨트리클럽(Country Club)의 준말로 골프코스뿐만 아니라 승마 요트 등 다양한 레저시설이 있는 리조트 성격이 강하다. GC는 골프클럽(Golf Club)의 줄임말로 골프만 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좀 넓고 다양한 의미를 지닌 컨트리클럽 인상을 풍기기 위해 CC를 많이 붙이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GC가 대부분이다.

 

골프장에 도착하면 클럽하우스 앞에서 백을 내리는데, 클럽(Club)은 공을 치는 막대, 즉 골프채를 말한다. 원래 캐디가 클럽을 넣어 지고 다닌다고 해서 캐디백이라 한다. 옷과 신발 등이 담긴 손가방이 보스턴백이다.

 

보스턴백은 바닥이 직사각형이고 위는 둥그스럼한 여행용손가방을 일컫는데, 보스턴 대학생들이 처음 사용해 생긴 명칭이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 캐디백과 보스턴백 용어가 헷갈리기도 한다.

 

카트를 타고 첫 홀에서 티샷(Tee-Shot)을 하는데, 티는 공을 올려놓는 나무나 플라스틱을 말한다. 샷은 공을 클럽으로 때리는 행위를 말한다. 첫 티샷을 하는 장소를 티잉 그라운드(Teeing Ground)라고 한다.

 

보통 티박스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티잉 그라운드가 맞는다. 늦게 오는 사람에게는 티업 혹은 티오프 시간에 맞춰서 오라고 한다. 티업은 티에 공을 올려놓는 행위, 티오프는 공이 티에서 떨어져 나가는 상태인데 둘 다 골프 시작 시점을 말한다.

 

(Tee)는 공을 올려놓기 위해 모래를 다져놓다가 1920년 미국 치과의사 로엘이 고심 끝에 나무를 깎아 만들면서 비롯됐다. 첫 티샷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그래서 티를 던져 순서를 가리기도 하는데, 번거롭지 않게 백이 카트에 실린 순서대로 정하기도 한다.

 

드라이버 샷한 공이 오비(Out Of Bounds) 구역으로 가기도 하는데 이는 정해진 코스 영역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공이 해저드(Hazard)에도 빠진다. 이는 연못이나 위험지역에 공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티박스가 별도로 마련돼 있을 경우 한국에서는 경기 진행상 오비는 2벌타, 해저드는 1타를 벌타로 먹고 치기도 한다.

 

오비가 났을 때 멀리건을 주며 벌타 없이 다시 치도록 하기도 한다. 셀프 멀리건을 쓰거나 동반자가 주기도 하는데, 진행을 유도하는 캐디에게 허락을 받는 게 매너다.

 

멀리건은 페어웨이나 그린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 요즘 친구들과 멀리건 없이 게임을 하는데, 긴장하면서 신중하게 임하는 장점도 있다.

 

미국 대공황 시절 동반자를 구하지 못한 골퍼가 골프장 라커 맨과 함께 라운드했는데 실수만 하면 다시 치는 라커 맨 이름 'Mr. Mulligan'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공이 코스를 벗어나 날아갈 때 보통 "~"이라고 외치는데 원래는 "포어(Fore)~"가 맞는다. 초기에 공이 비싸 잃어버리지 않도록 캐디를 낙하 예상 지점에 세워놨는데 조심하라는 의미로 "Fore"를 외쳤다.

 

페어웨이(Fairway)는 단어 그대로 평평한 길을 말하는데, 바다의 항로에서 따온 말이다. 러프(Rough)는 거친 풀이 있는 지역이다. 공을 빼내기가 쉽지 않다.

 

캐디(Caddy)는 기록상 여성 골퍼 1호인 스코틀랜드 메리 스튜어트(1542~1587) 여왕과 관계가 있다. 골프광 메리 여왕이 필드에서 경호원인 육사생도 카데(Cadets)에게 클럽을 맡긴 데서 유래했다. 카데는 프랑스어로 '생도, 아우'를 뜻한다.

 

4홀에서 공을 4번 쳐서 그린의 구멍에 들어가면 파로 적는다. 이보다 한 타씩 추가되면 보기(Bogey),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 더블 파(양파)라고 한다.

 

(Par)1870년 브리티시오픈 때 우승 스코어를 예측하면서 주식 액면가(Par Figure)에서 기준 타수 개념을 빌려왔다. 보기는 파보다 먼저 기준 타수로 사용됐다.

 

당시 유행가인 보기 맨(The Bogey Man)에서 따왔는데 '어둠 속에 숨어 다니며 못된 아이를 잡아가는 귀신'을 뜻한다. 처음 기준 타수는 '보기'였다가 뒤에 ''에 자리를 물려준 것이다.

 

거꾸로 파4홀에서 3번 만에 공을 넣으면 버디(Birdie), 두 번은 이글(Eagle), 한 번은 앨버트로스(Albatross)라고 한다. 버디는 버드(Bird)에서 온 말로, 새처럼 공이 잘 날아가 홀에 들어간 데서 유래했다.

 

사람 뒤에 ~ie를 붙여 애칭으로 하듯이 골프 스코어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성적이 좋으면 더 큰 새 이름을 갖다 붙였다.

 

앨버트로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새로, 5홀에서 두 번째 샷, 4홀에서 첫 번째 샷으로 공을 집어넣어야 한다. 확률은 2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이론상으로 파5홀에서도 바로 공을 집어넣을 수 있는데 이를 콘도르(Condor)라고 부른다. 티샷으론 불가능하고 파6홀에서 두 번째 샷으로 공을 넣으면 된다. 역사상 4명의 골퍼가 있다고 전해진다.

 

기준 타수보다 5타 적으면 타조를 뜻하는 'Ostrich'라고 하는데 이때까지 한 명도 없다. 불사조를 의미하는 피닉스(Phoenix)는 기준 타수보다 6타 적은 것을 말한다. 이론상 용어일 뿐이다.

 

홀인원(Hall-in-one)은 파3홀에서 한 번의 샷으로 공을 집어넣은 것을 말한다. 홀인원 대신 에이스(Ace)라고도 하는데 'Hole Made In one Stroke'의 준 말이다. 아마추어가 홀인원을 할 확률은 12000분의 1에 달한다.

 

어프로치(Approach) 샷은 공을 그린에 올리기 위해 가까운 곳에서 하는 샷을 말한다. (Chip) 샷은 그린 근처에서 직접 홀을 노리는 샷으로 공은 높이 뜨지 않고 낙하한 다음 많이 굴러간다.

 

온 그린(On Green) 후에는 마커(Marker)로 표시하고 공을 닦은 후 다시 놓고 퍼트(Putt)를 한다. 퍼트하는 행위가 퍼팅(Putting)이며 같은 의미다. 이때 사용하는 클럽이 퍼터(Putter).

 

요즘은 그린에서 깃발을 뽑지 않고도 퍼트를 하는데, 이 깃발이 핀(Pin)이다. 홀 근처에 공이 놓이면 오케이(Okay)라며 동반자가 공을 집어준다.

 

다음 퍼팅을 성공한 걸로 배려하는 것인데, 컨시드(Concede)나 기미(Gimme)가 정확한 표현이다. 멀리건과 오케이는 흔히 '일란성 쌍둥이'로 통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받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데, 남발하면 흥미가 반감된다.

 

골프클럽 용어도 좀 낯설다. 공을 멀리 보낼 때는 우드(Wood)를 쓰는데, 부드럽게 다뤄야 제거리를 낼 수 있다. 초기에는 나무로 만들어 1번 우드는 드라이버(Driver), 3번 우드는 스푼(Spoon), 5번 우드는 크리크(Cleek)라고 부른다.

 

모래가 있는 벙커(Bunker)에서 쓰는 클럽이 샌드웨지(Sand Wedge). 벙커샷을 어려워하는 골퍼들은 "벙커샷의 관건은 작은 기술을 외우는 것보단 그것을 실행하는 용기"라는 진 사라센의 명언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비거리가 가장 긴 웨지로 장애물이 없는 평탄한 곳에서 사용하는 클럽을 피칭 웨지(Pitching Wedge)라고 한다. 흔히 고수는 그의 웨지 날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실력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 그린 근처인데, 웨지 날이 닮도록 연습하기 때문이다.

 

클럽 손잡이 부분이 그립(Grip), 그립과 헤드(Head) 사이 막대가 샤프트(Shaft).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탄성과 관련된 샤프트인데 나이가 들면 스틸 대신 보통 그라파이트 소재를 사용한다.

 

골프는 원래 스코틀랜드 양치기들이 심심해서 막대기로 토끼굴에 돌을 집어넣으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용어도 대부분 영어에서 따왔다.

 

그런데 유일한 한국식 골프 용어가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뒤땅이다. 뒤땅은 클럽이 공 뒤 잔디에 맞아 공이 멀리 나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두껍게 맞는다는 의미에서 팻샷(Fat Shot)이 원래 용어다.

 

골프는 18홀을 도는 경기인데 이때 한 홀(Hole)은 한 코스를 뜻한다. 그런데 그린에서 마지막 공을 집어넣는 곳도 홀(Hole)로 불린다.

 

그린 위 홀을 구멍으로 표현하기 뭐해서 그냥 홀이라고 한다. 코스를 뜻하는 홀과 그린 위 홀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모든 구멍에서 동등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번역기에 영어 유머 한 토막을 넣었더니 이런 난감한 해석이 떴다.

 

'She was getting par on every hole'(그녀는 모든 홀에서 파 행진을 하고 있었다)는 원문을 이렇게 번역한 것이다.

 

[출처: 매일경제|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