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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국내여행. 산행

산골짜기 산책(散策) - 소확행(小確幸)

백수.白水 2020. 1. 12. 20:08

 

『기원전 1세기 때, 주몽은 지금의 만주북부 장춘과 농안지역에 있던 북부여에서 일련의 부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탈출했다......주몽은 산곡간(山谷間)에 위치한 작은 나라와 부족집단을 흡수하면서 세력을 키웠고,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적당한 분지에 나라를 세웠다.

 

박혁거세(BC 69~AD 4), 신라의 시조(재위 BC 57AD 4), 고조선의 유민이 지금의 경상도 지방 산곡간(山谷間)에 흩어져 살면서 형성한 여섯 마을의 왕으로 국호를 서라벌이라 했다. 6부를 순행하면서 백성에게 농잠을 권면했다.』

 

위 글은 삼국사기의 고구려와 신라의 건국기록으로, 내가 주목하는 것은 山谷間(산곡간)이라는 단어이다.

山谷間은 산의 골짜기와 골짜기의 사이를 이르는 말로, 산곡(山谷)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산골짜기(山谷)!

산분수합(山分水合)이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했다.

제멋으로 흘러내린 산줄기가 골을 이루니 산골(山谷)이요, 더 넓어지면서 산 고을이 된다.

산골을 흘러내리는 물은 아래로 내려올수록 수량이 풍부해지고 주변에 널찍한 땅을 만들어내니 사람들은 저마다 산곡(山谷)으로 모여들어 삶의 터전을 일궈 유구히 살아왔다.

 

계곡물이 모여서 물길이 되고 편리한 수운(水運)이 되는 것이지만,

때로는 산과 물에 가로막혀 지척을 삥삥 돌아가야 하는 고난을 치르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이나 산짐승은 당연히 산줄기와 물줄기를 넘어 빨기 가고자하는 열망을 갖는다.

그래서 산고개가 생기고 징검다리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산을 오를 때마다 산골짜기가 우리나라역사의 시원(始元)이며

터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애착을 갖는다.

요즘은 산 정상보다는 가까운 산골짜기를 탐사하며 산책(散策)하는 일이 잦다.

힘이 덜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세상에도 깊은 산골에서 자연인같은 생활을 하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자잘한 것들에 관심이 끌려 사유를 하며 사진을 찍는다.

소확행(小確幸)이다.

 

 

 

며칠간 계속되던 겨울비가 개던 어느 날 집 마당에서 바라다 보이는 수덕산 정상.

 

 

 

뒷산(449m)가야봉(678m)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의 구간의 능선이 또렷하다.

 

 

 

안골마을 골짜기로 들어가서 [뒷산 한티고개]사이의 385봉으로 올라 한티고개로 내려왔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한동안 머물며 글을 썼다는 집.

 

 

생자(生者)가 사자(死者)와 함께 덕숭산을 우러러보고 있다.

 

 

 

가야산 회목고개 - 원효봉(605m)

 

 

 

푹 꺼진 곳이 한티고개

 

 

 

신선도(神仙圖)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무늬

 

 

 

참 자연스럽다. 자연이 그려놓은 것이니 당연히...

 

 

 

쪼개진 돌알(核石 핵석)이 앞니로 다른 돌을 깨무는 모습이다.

 

 

 

능선너머 서산해미 대곡리의 공장이 내려다보인다.

 

 

 

청미래덩굴(멍개)의 붉은 열매. 뿌리는 토복령(土茯笭)이라한다.

 

 

 

날씨가 따뜻해서 봄의 전령사인 생강나무의 꽃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올라있다.

 

 

 

여기는 한티고개. 보이는 비탈능선이 금북정맥길이다.

 

 

 

 

 

 

 

 

 

 

 

 

겨울 산의 아름다운 꽃, 사위질빵의 하얀 꽃!

 

 

 

꽃잎(꽃술)이 떨어져 사라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린꽃(드라이플라워)이 되어 길손을 반긴다.

겨울산야의 유일한 꽃이다.

 

 

 

감춰진 길 찾고 없는 길 만들어가며 두 시간쯤 걸렸다.

 

 

메콩강! 흘러내리다. http://blog.daum.net/ybm0913/3652 (2015.3.22일)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요

산분수합(山分水合)이라.

 

산등마루 칼날처럼 솟아올라 골()을 가르고,

갈린 골짜기로 저마다 다른 물줄기 흘러내리니,

이를 일러 산자분수령이라고 하는 것이다.

 

길마로 내려앉은 산마루안부(按部)에는

골과 골을 넘나드는 고개(, )가 생겨났다.

 

높은 산 깊은 골 옹달샘에서 발원한 작은 물줄기,

흐르고 또 흘러내리면서 계곡물을 받고,

도랑물을 받아 냇물이 되고 강물로 하나 되어 바다로 흘러든다.

이가 곧 수합(水合)이니라.

 

메콩강!

티베트·청해성(靑海省)에서 시작된 물은 몇 날을 달려서 여기로 왔으며,

대관절 며칠을 더 흘러야 남중국해 큰 바다에 이르는가.

 

바늘의 실이 구슬을 꿰듯,

강물은 운남- 미얀마- 라오스- 타이- 캄보디아- 베트남을 꿰뚫으며

내달려 4,200km의 길고 긴 여정을 마감한다.

메콩강은 아득한 그 오랜 세월을 오늘도 유유悠悠히 역사로 흐른다.

 

무릇 가로막히면 불통(不通)이나니

흘러야 비로소 통하는 것이다.

山谷마다 나뉘고 갈려 다른 종족이 생겨났지만

물줄기의 사명은 수합(水合)이 아니겠는가.

 

강은 사람과 물산(物産)이 모이는 물길(水路)이다.

시장이 생기고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언어와 풍습과 문화가 어우러진다.

 

메콩강! 국경의 밤!!

부지런히 국경을 넘나들던 쪽배도 오르내리던 여객선도 배낭을 걸머멘 유랑객들까지도

모두 새처럼 선착장으로 모여들어 둥지를 틀고 이내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강물마저 잠이 덜 깬 지금은 어스름 새벽.

강 건너 태국 땅 어스름 산위로 새벽달 교교(皎皎)하고

강안(江岸)마을의 조명등, 배를 밝힌 등불, 무념무상 내 심사까지...

모두 강물로 내려앉아 별이 되었다.

 

날이 밝아오면 다시 흐르리라.

강물도 흐르고 배도 흐르고 또 나도 흘러가리라.

하류로 내려가면서 강폭이 좁아지는 곳이 나온다.

좁은 곳은 얼핏 보아 50m나 될까?

폴짝 건너뛸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리,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다.

강폭이 좁으니 물속은 틀림없이 깊으리라.

 

사람들은 강을 경계로 국경을 삼았지만 장벽도 철조망도 경비병도 보이지 않는다.

배가 내려가면서 강 이쪽저쪽에서 한두 명씩 내리고 태운다.

강가에 간간히 멱을 감는 애들이 보이고

고삐 없이 자유로이 풀을 뜯는 소떼가 보인다.

때로는 염소도 나오고 닭도 나오고 돼지도 보인다.

급할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과 동물들.

사람은 동물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를 했다.

 

목가적(牧歌的)인 풍경 속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띄엄띄엄 강에서 산으로 난 오솔길이 보인다.

나무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고산족이 살고 있는 집이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산속마을과 마을을 잇는 큰길은 보이지는 않는다.

오솔길로 내려와 고기를 잡고, 쪽배를 타고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것이다.

강은 삶의 터전이요, 사람과 물산을 실어 나르는 물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