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서 2016.2.10.일 올렸던 글, 리메이크한다.
태백산맥의 설악산(1,708m)과 점봉산(1,424m)의 안부로 높이 1,004m. <2015.12.11 양봉모 촬영>
한계령 1,004
< 박영대 >
내 몫을 내려놓기 위해
한계령 쉼터에 짐을 부린다
골짜기로 지고 올라온
구비구비 세간살이 걱정도
체면에 발목 잡혀 연연했던 인연도
천사의 바람 앞에서
내 몫 어디쯤인지 헤집어 본다
늘 오르막이었던 맨정신으로
봉우리 하나 장식하기 위해 저지른
막무가내가 여태까지 걸어온 억지였다
돌뿌리의 갈증을 먹고 버틴 풀뿌리
모질게 고아낸 즙이 이마에 새겨진
짐승의 비명을 살려낼 수 있었을까
내게만 관대하게 눈 감아온 면책의 목록
연이어 불거져 나온 옹이가 암벽으로 솟아
하늘선에 매듭처럼 매달려 있다
창창해서 더 생생한 깎아지른 바위의 눈물
내 몫만치 꼭 버리고 가야 할 다짐길
여기 아니면 다시는 못 버리고 도루묵이 될 것만 같아
속죄의 양을 가늠하듯
묵은 후회가 원근의 능선이 되고 있다
솟아 나온 것이 아니라
살포시 내려온 하늘의 뜻
이만큼은 지고 온 내 몫을 곱게 받아 주실는지
오르기 전에는 모르고 그냥 왔는데
여기서부터가 가장 낮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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