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아! 눈물이여, 눈물이여.

백수.白水 2021. 1. 9. 18:28

신축년(辛丑年)새해를 맞은 후 설상가설(雪上加雪) 혹한(酷寒)이 이어진다.

이곳의 오늘아침최저기온은 20, 내 기억으로는 평생 처음 경험하는 최강의 추위로 생각된다.

체감온도로야 변변치 못한 옷가지 탓에 웬만한 추위에도 벌벌 떨며 살아야했던 어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요샛말로 어마무시하다.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생존의 필수요소로 물··식량을 꼽는 경우가 많다.

엄동설한에 전기가 끊겨 난방이 안되고, 수도관동파로 물이 끊기고 먹거리가 떨어져 고통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하루만 이어져도 안절부절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어제 외출을 했다가 오후에 돌아오니 우리 동네 아랫골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에 수돗물이 안나오는데 그쪽은 나오느냐고?” 우리는 이상 없이 잘나온다고 했더니

자기네는물이 안나와 설거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한데가가서 해결하고 있다며 하소연을 한다.

 

같은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데 왜 이럴까?

오늘 오전까지도 그쪽은 계속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고, 우리 집은 계속 잘나왔다.

우리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외출을 했다.

 

오후에 귀가해서 수도꼭지를 틀었다.

아뿔싸! 물이 졸졸졸 흘러나온다.

예감이 불길하다.

경험상 조짐이 이럴 때는 우리집도 반드시 물이 끊긴다.

비상용으로 정신없이 물을 받았다.

3통을 받으니 물이 그만 뚝 끊기고 만다.

언제 물이 나올지 모르니 불안하다.

허드렛물을 더 준비해야만 한다.

 

퍼뜩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릇에 눈을 퍼다가 불에 올려 녹여서 눈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을 쓰다가 부족하면 밖에 쌓인 엄청난 눈을 쓸 것이니 이제 걱정은 끝이다.

 

편안해진 마음으로 쉬고 있는데 3시간쯤 후에 핸드폰이 울린다.

동네방송 “주민여러분! 수돗물이 나올 것이니 틀어보시기 바랍니다.”

물이 콸콸콸 쏟아진다.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

눈물은 사용도 못해보고 변기에 쏟아버렸다.

 

 

눈이 녹으면서 눈물[ː](雪水,설수)이 된다.   눈물을 만들어 쓰겠다니 눈물(落淚,낙루) 겨운 일 아닌가...